김명범 행정학 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확진 환자 발생 전후 관광객이 눈에 띄게 감소하더니,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고 저녁 회식 자리마저도 줄면서 음식점이나 상점을 찾는 도민들 발길마저도 뚝 끊겼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한 데 손님이 줄어 가게 문을 닫는 날도 많다고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IMF 외환위기 때 보다 더 힘들다면서 한숨 쉬는 상인들이 태반이다. 도내 78%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제주상공회의소 발표도 이들의 절박함을 뒷받침한다.

주민들 대다수가 더 걱정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다. 한국은행이 2월 발표한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지수(CSI)는 87포인트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충격 때(94)보다도 한참 나쁘다. 당시 경기 회복에만 5개월 넘게 걸렸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속도가 메르스 사태 때 보다 빠르고, 장기화 조짐 때문에 지역사회가 받을 경제적 충격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자영업자는 11만여 명으로 전체 취업자 38만여 명 중 30%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생존형 1인 자영업자도 9만여 명이나 된다. 이들이 무너지면 제주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현재와 같은 비상시국에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4일 정부는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방역체계 보강 고도화(2.3조원),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회복 지원(2.4조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 지원(0.8조원), 민생 고용안정 지원(3조원)에 투입된다. 그럼에도 언론 보도를 통해 추경예산을 살펴보면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포함돼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총 2조 4000억 원에 이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회복 지원 예산만 봐도 그렇다. 이 가운데 70%가 넘는 1조 7000억 원이 대출 확대에 들어간다. 사실상 대출 규모만 늘렸을 뿐 소상공인들에게 빚이라도 내서 버티라는 것 아닌가. 이 역시도 신용도가 낮거나, 부동산 담보 여력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빚은 빚일 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는 생존 기로에 놓인 그들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지역사랑상품권, 온누리 상품권 추가 발행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를 보전하기에도 역부족하다. 소득세·부가세 감면 혜택도 연 매출 6000만 원 이하 소상공인만 해당된다. 감면대상을 늘리거나 전기·수도요금 인하, 사회보험료 등의 한시적 감면·유예와 같은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인건비에 임대료, 대출이자 상환 등 고정비 지출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휴·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비명을 질러대는 만큼 영업소득 손실에 대한 직접 피해 구제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감염병 상황에서 쿠폰을 발행하는 것보다 취약계층에게 현금을 주는 것이 내수 진작에 더 효과적이다. 자동차를 사거나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대책은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겐 먼 나라 얘기다. 

오죽했으면 재난 기본 소득 50만 원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하자는 국민청원을 올린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정부의 추경이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야당 대표역시 전시에 준하는 경제 대책의 필요성과 재난 기본소득 정도의 과감한 대책을 주문했던 이유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일하지 않으면 어떤 수입도 보장받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복잡한 대출 제도나 갖가지 지원책보다 한시적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직접 제공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불확실성의 공포를 해소할 책임은 정부는 물론 도 당국에게도 있다. 발상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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