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농학박사·논설위원

감귤가격이 작년에 이어 금년 초에도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에 알맞은 재배기술이 투입되지 못한데다 가을 기온이 높아 과육이 선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착색이 덜 되었다 하여 조기출하를 지양하고, 관행 착색중심의 출하를 유도함으로서 철이 지난 감귤이 유통됨으로 인해 품질이 오히려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임기응변의 출하를 하게 되고, 유통혁신을 꾀하지 못하여 출하조절의 실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비자의 식미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상태에서 브랜드급 상품생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게 감귤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계속 이를 되풀이하여 금년 산 감귤가격이 회복세를 나타 내지 않는다면 이곳저곳에서 방치된 감귤원이 눈에 비칠 것이다.

하우스재배를 하거나 품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여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험 위주의 감귤지식으로는 하우스재배나 타이벡 '멀칭재배가 힘에 버거운 것은 당연하다. 품종선택에서 생산, 유통에 이르기 까지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으나 실패로 이어질 뿐이었다. 세계의 흐름 속에 감귤산업도 동승하여 변화되어야 되는 데도 이 흐름을 자각하지 못한 채 나 홀로 부산을 떨어보았자 투자에 대한 결과는커녕 각종 문제투성이만 증가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 농가부채일 뿐이다.

그렇다고 중도포기는 할 수 없다. 과거 대학나무시절을 그리워하여 그 날이 되돌아오기를 염원한다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기대하는 만큼 노력하고 감귤산업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게 급선무이다. 현장에서 변화의 조짐을 자각하고, 경계점에서 판단하여 활동할 수 있는 인문적인 힘을 배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농업인들 스스로 다시 희망을 갖고 평소 꿈꿔왔던 계획들을 감귤원 현장에서 펼쳐야 한다. 이러한 활동과정에서 스스로 통찰하는 힘이 배양된다.

개혁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개혁은 농업인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개혁하고자 현장에서 땀방울을 흘리면서 새로운 기술을 갈망하는 농업인들에게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이 투입될 것이다. 생산하면 팔렸던 황금감귤의 시대는 지났고, 농업인 스스로의 혁신에 의해 인문적인 힘으로 감귤의 특성을 알게 되어 감귤나무가 바라는 바를 자각하게 될 때 그에 알맞은 활동을 한다면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결과가 도출하게 된다. 

따라서 바이어들이 현장을 방문하게 되고 생산자와 소통하면서 가격을 결정함은 물론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변화된 유통판매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안겨다 줄 것이다. 감귤산업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감귤의 고향환경인 아열대기후가 제주를 찾아왔다. 이에 두려워, 묵묵부답하지 말고 반갑게 맞이해야 된다. 위기가 아니라 호기이다. 

감귤은 아열대작물이라서 고온요구도가 높다. 온주밀감에서도 숙기가 빠른 계통일수록 고온요구도가 높아  착색이 더디더라도 과육 선숙형이 되어 출하시기가 앞당겨진다. 숙기가 늦은 계통일수록 고온요구도가 높지 않아 과피 선숙형으로 과육은 착색이 진행되면서 성숙되는 품종특성을 갖고 있어 출하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토양조직이 단단한 비화산회토라야 한다. 웃자람을 억제하고 수세를 알맞게 조절할 수가 있어야 하며, 인위적으로 토양수분을 조절할 수 있어야 된다. 

이러한 품종의 특성과 감귤의 고향을 알고 원지정비를 하면 농업인이 꿈꾸는 제주감귤산지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품종을 다양하게 하여 연중생산체제가 가능하게 되고 감귤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이 넘쳐날 것이다. 제주감귤의 미래는 집단적 틀 안에 있는 농업인들과 집단을 이겨내고 벗어나 자기의 주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농업인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