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금융기관 여·수신 특징과 시사점

제주지역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 및 증가율.[한국은행]

지난해 가계 빚 증가세 둔화 경제 규모 대비 전국 최고 수준 유지
연체율 상승 불안…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 악영향 뇌관 부각

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제주 지역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경제 규모 대비 가계대출이 전국 최고 수준인데다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경기 악화로 인한 '치명상'이 우려됐다.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현재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돈 빌리기는 갈수록 힘들고

한국은행 제주본부(본부장 김종욱)이 23일 발표한 제주 경제 브리프 '최근 제주지역 금융기관 여·수신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제주지역 가계대출(이하 예금취급기관 잔액 기준) 규모는 16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2%(8000억원) 증가했다. 2018년 전년 대비 12.3%(1조7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서도 증가세 둔화가 뚜렷했다. 2016년만 38.9% 급증했던 것과도 차이가 크다. 전국평균 상승률은 4.9%다.

하지만 GRDP(지역내총생산)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82.4%로 전국 최고 수준(도 평균 47.5%)을 유지하고 있다. 가구당 가계대출 규모도 6406만원으로 전국 평균(5288만원)을 크게 상회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붙든 것은 '부동산 경기'였다. 제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7년 14.1%에서 2018년 6.7%, 지난해 3.7%로 하락했다. 건설업 성장률이 2016년 25.2%에서 2017년 11.9%로 반토막이 나고 2018년 –19.2%까지 떨어진 것과 밀접하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과 더불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신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대출 규제 수위가 높아지며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 힘들어졌다.
 

△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제주 인구 유입 증가세 둔화와 중국 등 외국인 투자 수요 감소 등 부동산 경기를 지지할 장치가 사라지면서 자금경색이 심각해졌다. 

주택을 제외한 부동산과 신용 등 기타대출은 지난해 5.8%(6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숨을 골랐다. 예금은행이 5.7%, 비은행금융기관은 5.9%로 각각 전년 21.1%·10.2%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가계 자금으로 기업 경영에 급한 불을 끄던 사정도 사라졌다. 지난해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현재 13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1%(1조4000억원) 불어났다. 예금은행을 기준으로 전체 대출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말 40.6%에서 지난해 42.0%로 늘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대출이 각각 2426억원, 2137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만큼 연체율이 상승하며 지역 경기를 흔들 뇌관이 됐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0.29%로 전년 말 대비 각각 0.06%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국 평균(0.26%)을 웃도는 등 심각성을 더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 자금수혈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기·소상공인 회생에 맞춰지면 가계의 금융이자 등 비소비지출 부담 해소와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높은 가계대출 수준, 연체율 상승 속도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기관은 물론 가계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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