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연기된 행사 대신 문학 등 제주 근·현대사 연결
다음세대 눈높이 맞춘 신간 「청소년을 위한…」 등 다수

최근 개학 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주4·3'에 대한 관심이 예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달 6일 개학한다고 하더라도 수업일수 등을 맞추느라 연계교육 등을 통해 4·3을 강조하기도 힘든 여건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제주4·3미술제와 4·3문화예술축전 등 각종 행사마저 연기 된 상황 속에서 제주 학계·문학인·연구자들이 4·3을 바로 알리기 위해 쌓아온 노력이 이럴 때 제대로 빛을 발한다.

고진숙 작가는 지난 23일 「청소년을 위한 제주4·3」(한겨레출판·1만2000원)을 발간했다. 저자는 제주4·3을 3만여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희생당한 3만 건의 사건으로 보고 접근한다.

동시에 당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집어봄으로써 어째서 제주였는지, 제주만의 특별한 무엇이 제주4·3이라는 수난을 만들어냈는지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살펴본다.

'5월 광주'를 비롯한 현대사의 아픔을 기록하고 해원하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아온 임철우 작가는 3년여 전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제주로 내려와 제주4·3의 아픔에 눈을 돌렸다. 이때 완성된 소설이 「돌담에 속삭이는」(현대문학·1만1200원)이다.

죽은 이들의 넋을 바라보는 눈을 가진 '한'이라는 인물을 통해 4·3희생자 남매 이야기를 풀어낸다. 역사의 폭력과 권력의 폭압을 보여주거나 가해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남아 있는 사람들이 희생당한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기릴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제주4·3 문학 70여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전집이 있다.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제주작가회의에서 묶은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제주작가회의·비매품·문의=070-8844-2525)이 그것이다. 2008년부터 10년간 축적한 시와 시조, 소설, 동화, 희곡, 시나리오, 평론을 3권에 걸쳐 아우른다.

4·3의 역사적 재현을 다룬 작품부터 이후의 삶, 강정 해군기지 같은 신사회 의제, 촛불혁명 등 사회변혁의 주체를 다룬 작품들을 망라했다. 화해·상생을 강요하는 것 역시 폭력일 수 있다는 지적과 제주4·3을 '역사 속의 박제'로 남길 수 없다는 사명감을 풀어 담았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가느다란 실 같던 4·3의 기억을 단단한 실타래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이란 심지가 있어 가능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정체기를 독서와 문학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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