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취재1팀 기자

"죄송합니다. 일부 언론 보도와 여론으로 상처를 받아 인터뷰는 힘들겠다고 합니다"

예상대로였다. 제주 코로나19 1~4번 확진자가 전원 퇴원한 23일, 확진자 중 1명을 인터뷰하기 위해 소속 단체에 문의했다 되돌아온 말이다. 

메르스 유행 때에도 확진자 0명을 기록했던 제주도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른 지역과 해외 유입으로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메르스에 이어 '감염병 청정지역'을 기대했던 행정과 언론, 도민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실망과 우려는 곧 확진자들을 겨냥한 화살로 변했다.

일부 언론은 조금 더 자극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방역과 무관한 접촉자와의 관계 등 정보를 요구했고, 공개했다. 조금 더 빠른 보도를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몇몇 커뮤니티를 통해 일명 '카더라 통신'이 쏟아져 나왔다. 확진자와 접촉자의 관계, 직업 등 개인신상정보가 거론되며 확진자를 향한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도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인터넷을 떠도는 소문 가운데 확인된 사실은 없다. 

제주도 역학조사단은 일부 언론의 보도로 확진자·접촉자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역학조사에 어려움 겪었다고 토로했다. 방역과 관계없는 사항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여러 차례 당부하기도 했다. 확진자의 개인정보 보호는 좁게 보면 확진자 개인을 위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도민 모두를 위한 일이다. 

확진자 가운데 대부분은 이곳에 삶의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다. 그들도 피해자다. 물론 우리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유행이 지난 뒤 '메르스 백서'를 만들었다.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면 다시 지자체와 함께 '2020 코로나19 백서'를 펴내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불확실성에 맞설 것이다. 언론에도 우리의 문제를 되돌아보는 백서가 필요하다. 한국기자협회의 보도준칙이 더는 무색해지지 않게 말이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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