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취재2팀 부장

신혼여행은 전통혼례 중 합궁례(合宮禮)에 해당하는 절차다. 1900년대 중반까지는 거의 일상화되지 못한 관습이었다. 신식혼례의 확산과 함께 광복 전까지 일부 특수계층에서만 행해지던 신혼여행은 1950년대까지도 도시지역에 거주하며 경제적 여유를 가진 중산층 이상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신혼여행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많은 신혼부부들이 결혼식 후 승용차를 타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호텔에서 1박을 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는 신혼여행이 널리 보급돼 온양·경주·속리산·제주도 등을 찾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특히 제주도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전까지 신혼여행 최대 방문지로 떠올랐다. 

당시 신혼여행 붐은 제주도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이 됐다. 호텔 등 숙박시설에 신혼부부 예약이 이어졌고, 택시업계도 호황을 누렸다. 

렌터카가 없던 시절 택시기사들이 유명 관광지를 안내하고 신혼부부 사진을 찍어주며 부수입을 올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제주여행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찾아오는 황금연휴기간 관광객들이 대거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도는 석가탄신일인 4월 30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 5일까지 황금연휴기간 관광객 18만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특별입도절차를 강화하고 관광 비상상황실을 운영키로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3일 도청 기자실에서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제주를 찾아주시는 발걸음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경 수준의 강화된 방역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급적 제주여행을 자제해달라"며 "그래도 찾는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방역절차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했다. 

제주 방문객 증가 전망을 반가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 방문객 증가로 일시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자칫 코로나19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철저한 방역이 급선무다. 김경필 취재2팀 부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