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전 제주도지사 회고록 「제주는 나의 삶이어라」
특별자치도 출범 등 산증인…비싸게 배운 정치인생 정리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자세로 '공렴'을 강조했다.

'공렴원효성'(公廉願效誠)·공정과 청렴으로 정성 바치기를 원하노라). 조선 후기 삼정(전정·군정·환곡) 때문에 고통받는 백성의 참상을 눈으로 보고, 썩어빠진 세상을 개탄하며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경세유표' 서문 중)고 쓸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민선 시장과 민선 도지사까지 제주와 일체가 됐던 이의 삶은 공복과 공렴이란 단어로 정리가 된다.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80)는 회고록 「제주는 나의 삶이어라」에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썼다. 담백한 어조로 "남보다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되돌아보니 인생의 대부분을 '제주 일'속에 있었다"고 털어놨다.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 넘는 45년을 '공무'원으로 살았던 이의 삶이라 그 동안의 치적을 쌓아 올렸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에서 천직으로 '제주 일'을 택하고, 격변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제주 사회의 산증인이 된 이의 기억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가난을 알았고, 도민의 삶을 알았고, 현장을 알았던 까닭에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 신발 끈부터 조였다.

제주목 관아지와 산지천 복원, 탑동 공유 수면 매립사업, 봉개봉 쓰레기매립장 조정, 세계 최초 '평화의 섬' 지정,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행정구조 개편과 영어교육도시 조성, 제주혁신도시 건설 등의 시작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말 그대로 파란만장하고 굴곡 많았던 시절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통 큰 결단' 덕을 귀띔하는가 하면, 주민소환법 제정 후 첫 광역자치단체장 주민소환 투표로 이어졌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대한 소회도 담았다.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신조와 다산 정약용의 교훈 등 먼저 공직을 걷고, 또 일생을 산 선배로 세심한 조언도 잃지 않았다. 정치를 배우며 부지런하다는 것과 좋은, 또는 바른 인정을 받는 것은 다르다는 비싼 경험을 치렀던 아픈 부분도 꺼내는 것으로 다잡았다.

김 전 지사는 회고록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도 '아직 모자라다'는 손사래와 "은석이 아빠, 지치지도 않으꽈"했던 먼저 떠난 아내의 말을 떠올렸다.

잘했던 일도, 잘못 했던 일도 정말 잘해보겠다는 진정성에서 나온 결과였다는 고백이 뒤로 "시계추를 되돌려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속내를 내비췄다. 천상 공복(公僕)인 까닭이다. 그렇게 '취미도 없고, 소일거리도 없어' 예전처럼 도민들과 눈 맞추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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