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선생님들은 불편하다. 교사의 위상과 역할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교직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다. 오죽하면 교사들 스스로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올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어수선함 속에 스승의 날을 맞는다.

그래서 코로나19가 가져온 뉴노멀 시대, 교사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 사회가 가고 있다. 아마 교육도 이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위한 질서와 편의를 제공하던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였다. 학교 공간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까지 확장됐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했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길이다. 다소 생소하고 혼란스럽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위기는 기회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지금까지 추진된 어떤 교육 계획보다 온라인기반 학습을 현실로 성큼 앞당겼다. 교육 정보화 시대, 온라인 학습시대를 앞당겼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미래학교 모습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인성과 사회성을 함양하고 미래 사회의 핵심역량인 소통능력과 협업능력, 관계성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본질이기도 하다. 그 관점에서 온라인 학습의 한계 또한 분명하고 그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예상하건대 미래교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그리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방법이 혼재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그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 역시 교사의 몫이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전문가이자 학급 운영 전문가로서 교사의 역할은 기본이고, 어쩌면 새로운 역할을 더 해야 한다. 기존의 역할 위에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습을 설계하고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수-학습의 안내자, 조정자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다. 덧붙여 실제 아이들이 겪게 될 삶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상담하는 역량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학교는 교사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도전과제다.

사실 교사의 역할, 학습 촉진자, 동기 유발자, 설계자, 안내자, 상담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앞서가는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육개혁과 학교혁신의 방향으로 자리 잡았고,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은 이런 변화가 교실을 온전히 지배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큰 흐름은 만들어졌다. 이미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학교혁신 운동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학교혁신과 수업과 평가혁신을 주도적으로 실천하고 도전하는 교사들이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교육은 어느 지역보다 먼저 이를 선도하며 실현하고 있다. 제주교육의 3대 혁신과제인 리더십 혁신과 행정지원 혁신, 평가혁신은 미래교육 패러다임을 위한 전제이다. 

그런 흐름이 그동안 축적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좀 더 빠르게 다가온 교육 전환의 시대, 교사들은 기꺼이 그것을 스스로 감내할 수 있었다. 주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기반이 되었다. 어쩌면 혼란과 실패가 당연히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걱정과 염려했던 큰 혼란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감동적이고 헌신적인 사례들은 여기서 다 쓸 수 없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나 자신도 코로나19 사태의 혼란을 극복하고 수습해가는 학교와 선생님들의 헌신과 역량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올해 스승의 날에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려운 도전이 닥쳐도,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어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개학 국면을 큰 혼란 없이 돌파하게 된 것도 선생님들의 힘이 크다. 선생님들의 헌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학부모님들의 걱정과 염려를 불식시켰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신뢰도 향상되었다. 교사의 위상과 역할이 예전과 같지 않고 교직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고 하지만 결국 선생님이 희망임을 보여 주었다.

스승의 날, 우리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뉴노멀 시대, 시대가 바뀌어도 선생님이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