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장

'사람'이라는 글에서 공통으로 들어가는 'ㅏ'자를 하나로 합하고 나머지 글자 '사+ㄹㅁ'을 묶으면 '삶'이 된다. 삶이란 '사는 일, 살아있음'으로 뜻풀이되며,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 젊은이로, 중장년으로, 나이가 들어 자연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노년기를 지나 태어나기 전 본향으로 돌아가는 그 시점까지 살아가는 길을 말하는 것일게다.

한 집안의 형제자매로 태어나도, 심지어 쌍둥이로 태어나도 생각이나 행동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지 코로나19라는 난관을 대처해 나가면서 더 크게 느낀 것 같다.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과 기회를 이용해 돈 벌 욕심에 행해지고 있는 가짜·불량물품 판매, 상황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스미싱, 동양인 혐오 폭행 사건, 가게에 들어가려면 마스크를 쓰라는 안내원의 말에 총기를 난사한 사건……. 이외에도 뉴스에서 쏟아지는 세계 곳곳의 이야기는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하는, 앞뒤 가려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천국행이냐, 지옥행이냐를 구분하기 위해 저승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 이승에서 있었던 일을 심판하는 재판관도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어려울 시기일수록 서로 돕고 의지해오던  우리 제주의 '수눌음 정신'이 그리워진다. 

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피폐해졌을까?

이상기온 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 건강한 개인주의를 벗어난 극단적인 이기주의,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인한 개인정보 탈취용이, 만능정보통신망인 유비쿼터스 환경의 역이용, 학교 공교육의 문제, 가정교육의 부재……. 이것도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안쓰럽게 보는 핑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재난 사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고, 시차를 두고 학교도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날씨가 좋아 공원을 가면 가족 단위로 널찍하게 떨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띠며 연휴에 관광객이 제주에 많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밖에 나가는 것을 며칠 양보해야겠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남을 위한 배려, 이것은 결코 시간과 희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날 때면 주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손수 마스크를 제작해 기부하는 모습,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밑반찬을 전달하는 모습 등 작은 마음가짐 하나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내 주위에 어려운 이웃이 있는지 뒤쳐진 누군가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관심을 갖자.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기부나 밝은 눈웃음 하나로도 그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좋은 말을 전한다고 충고와 지도를 해서는 못난 꼰대밖에 되지 않음을 알자. 잘못된 충고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충고는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오히려 마스크를 쓰고 조용히 눈웃음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내가 실천하는 바른 삶이 다른 사람에게 좋게 보여 그들 마음에 새겨지면 그게 바로 선행이요, 모범이다. 삶의 길을 다 지나고 나서 '치열하게 살았다.'라고 평 받기보다 '아름다운 삶이었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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