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전원주택 매물 수두룩…'사업 접고 돌아갑니다' 줄이어

지난해 12월 제주로 주소를 옮긴 고모씨(42·애월읍 어음리) 가족은 불과 5개월만에 이삿짐을 다시 쌌다. 잘 나가던 직장까지 정리하고 제주에서 제2인생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신규 사업은 채 펼치지도 못했다. 목돈을 들여 마련한 집은 2개월 넘게 매물 목록에 올려진 상태다. 고씨는 "아이들 학교까지 옮겼지만 등교도 못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집을 내놨지만 보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애를 태웠다.

교통·교육·복지 요지로 손꼽히던 제주시 이도2동에는 '방3개 거실겸 부엌'월 30만원대 부동산도 등장했다. 사람이 나서지 않아 계속 가격이 내려간 결과다. 그 마저도 아직 비어있는 상태다.

코로나19가 제주 경제의 고질적 약점을 건드렸다. 관광객이 줄어들자 관광·숙박·외식업 종사자들은 생계를 걱정하게 됐고 소상공인 및 서비스업에 특화한 산업 생태계가 급속도 경화하며 경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상대적으로 공공서비스 비중이 높다 보니 예측 불가능한 외부 충격에 민간경제가 버틸 힘이 없어진 영향이 컸다. 제주의 공공분야 GRDP는 전체 경제활동의 11.27%에 불과하지만 성장기여도(1.8%포인트)는 2016년 이후 건설업(2.0%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서비스(6.5%)와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3.9%), 도소매업(7.05%) 숙박·음식점업(5.9%) 운수 및 창고업(4.4%) 등 관광 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종의 GRDP 비중만 27.9%에 이르는 등 관광객 감소에 따른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경제 기여도가 높은 건설업 지역 소득이  2018년만 전년 대비 19.2% 감소하는 등 기반이 약해진 상황까지 맞물리며 부실을 키웠다.

고용 유지가 어려워지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며 '빈 집'이 많아졌지만 정작 부동산중개업은 무너지는 연쇄 현상이 심화하는 형국이다.

실제 20·30대 직장인이 자주 찾는 중개 사이트에는 2월 이후 '보증금 없음' '연세 승계'같은 단어가 흔해졌다. 중개수수료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며 중고물품거래사이트나 지역맘카페 등에 실거래가보다 몸값을 내린 부동산 매물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등 코로나19 세태를 반영했다.

지역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는 "읍면 전원주택 매물은 물론이고 타운하우스까지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영업을 하지 못해 일을 접은 중개사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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