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취재2팀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숨죽여온 제주 연극계가 오는 30일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편다. 5월 초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추세에 맞춘 모습이다.

제주4·3을 주제로 한 판타지 장르, 스크린 고전을 무대로 옮겨온 악극,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재창작한 작품 등 다양한 구성으로 현장 무대가 마련된다.

그런데 최근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이슈가 발생하면서 다시 한 번 서로가 멀찍이 거리를 두는 조짐을 보였다.

다행히 19일 도가 제주형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을 발표하면서 현장예술인들은 가벼운 안도의 숨을 내뱉었지만 그렇다고 도민들의 일상 속의 불안감이 크게 누그러지지는 않은 느낌이다.

이 불안감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할 때까지 우리가 가져가야만 할 강박인걸까.

'안전'을 생각한다면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기는 하지만, 근래 우리가 잃은 '일상'을 떠올린다면 무조건적으로 공연 현장을 기피하는 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일상에는 재활이 필요하다. 어느 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이 갑작스레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이번에 예술인들이 올리는 무대를, 문화를 향유하던 감각을 되새기고 끌어올릴 수 있는 재활의 기회로 마주하면 어떨까.

물론 밀집공간을 피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권고사항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방역지침과 위생수칙을 따른 상태에서의 공연 관람은 실상 집 앞, 회사 앞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마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의 생활이다. 더욱이 '생활 속 거리두기'의 의도가 '생존'에만 주안을 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으로 유튜브 등을 활용한 문화생활만을 누리는 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범위를 한없이 좁히는 일인 동시에 지금의 각박하고 메마른 상황을 '일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봄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연극계가 기지개를 편 것과 같이 우리도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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