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비 도민 혼선 속출…시간 지체 등 문제
경찰력 2배 투입돼 낭비 우려…차량 정체도 심화
민감도 지적도…"향후 문제점 보완해 나갈 계획"

"비접촉식 음주단속 중입니다. 창문 열고 기다리세요"

지난 20일 오후 9시30분 제주시 연북로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진행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합동 음주단속 현장에서는 경찰관들이 연신 차량 내부로 비접촉식 음주단속기를 밀어 넣으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숨을 불어 감지하는 기기를 이용한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을 중단한 지 100여일 만이다.

이날 단속 현장에는 경찰관이 차선마다 앞뒤로 한 명씩 배치돼 차량 내부에 있는 알코올 성분이 날아갈 수 있게 창문을 열도록 안내한 이후 운전자 앞에 비접촉식 음주단속기를 놓고 음주 여부를 측정했다.

비접촉식 음주단속기는 감염 예방을 위해 경찰이 개발한 장비로 운전석에 갖다 대기만 해도 알코올 성분을 인식해 경고음을 낸다.

경찰관은 운전자에게 목적지 등을 물으며 비접촉식 음주단속기를 통해 신속히 음주 여부를 판별했지만 도민 혼선은 잇따랐다.

비접촉식 음주단속기를 처음 접해본 일부 도민은 경찰관이 들이민 기기에 연신 숨을 불어넣기 일쑤였으며 경찰관은 그때마다 "비접촉식입니다. 불지 마세요"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단속 시작 후 40여분만인 오후 10시께 비접촉식 음주단속기에서 빨간 경고등과 함께 경보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운전자는 50대 여성으로 지인과 함께 저녁 자리에서 술을 2잔 마셨다고 말했지만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43%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다만 숨을 불어넣는 기존 방식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는 등 과제는 산적한 상황이다.

경찰과 운전자간 감염 위험은 크게 줄었지만 기존 감지기의 경우 1~2초면 단속이 끝나던 것에 비해 시간은 3~4배 이상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속이 시작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1㎞에 달하는 긴 줄이 형성되면서 차량 정체가 심화되기도 했다.

경찰은 혼잡한 상황이 빚어지자 선별적으로 단속을 진행, 음주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력 낭비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기존 경찰관 한 사람이 단속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단속을 진행, 경찰력도 2배 이상 투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량 내부에 알코올 성분이 남아 있을 경우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과제로 남는다.

비접촉식 감지기 민감도는 1단계부터 7단계까지 조절이 가능하며 이날 경찰은 적정 민감도 5.5단계보다 높은 6단계로 단속에 나섰지만 차량 내부에 남아 있던 알코올 성분에 반응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 음주를 하지 않은 한 운전자가 비접촉식 감지기에 걸렸지만 경찰 확인 결과 손 소독제 등 알코올 성분에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무리한 적발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음주단속 결과 2명의 운전자가 적발됐으며 모두 면허정지 수준에 해당한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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