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문재인 정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선정하여 여러 전략사업들을 추진 중에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지역주민 주도의 마을자치이고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도 2018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민주권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대표성과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가 대표기구로서의 진정한 위상을 확보하고 주민참여예산 의견 반영, 공공시설 위ㆍ수탁 업무 수행, 자치규약 제정 등 실질적인 역할과 이에 상응하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내용들은 이미 제주도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주민자치위원회 강화 내용으로 실천하고 있다.

제주는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을 선도하기 위한 시범적 자치모범도시를 육성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1960년대부터 논의되었던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와 생활자치의 기반인 기초자치단체 폐지라는 자기희생과 아픔이 있었다. 2005년 7월 전국 최초로 실시된 주민투표를 통해 기존의 광역자치단체인 도와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을 당시의 국제자유도시의 효율적 추진과 특별자치도 출범이라는 명분 아래 단일의 광역자치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로 통합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4개 시·군은 2개의 행정기관인 행정시로 개편되었다.

물론 당시에도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 주민들의 의사가 절책결정과 집행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행정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일선 행정기관인 읍·면·동의 기능이 확대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되면 생활자치가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은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반영되었고 '주민자치센터설치및운영에관한조례'도 제정되었다.

읍·면·동의 지역개발계획 심의, 자치센터 운영에 관한 사항 결정,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선정 자문, 주민의 이해·조정, 읍·면·동 복지 시설 운영에 관한 사항 및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견 제출, 각종 개발계획의 의견 청취 및 제출, 지역단위 옴부즈맨 역할 부여, 교통안전시설 설치 의견 제출, 그 밖에 자치센터의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고 읍·면·동장에게 그 이행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읍·면·동이 생활자치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민자치위원의 지역과 계층 대표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소외된 계층이 없도록 각계각층의 인원으로 구성해야 하고 특히 공모 인원수를 확대하고 공모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민주성에 기반을 둔 투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한 행정기관의 실천을 담보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읍·면·동의 사무 위탁도 요구된다. 셋째, 생활 자치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이 절실하다. 넷째, 주민자치위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형식적인 교육 훈련에서 벗어나 주민자치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적시성 높은 교육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가 생활자치 혹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자생적 발전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를 보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읍·면·동 준자치단체화 전략을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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