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취재2팀 기자

관이 주도하는 문화행사가 갖는 강점은 큰 예산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행사를 꾸릴 수 있다는 점과 각 분야 전문가·업체의 고용을 통한 추진력이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할 제2회 제주비엔날레가 지난 2017년 첫 행사에 이어 개막 전부터 내홍을 겪고 있다.

예술감독과 용역업체의 계약체결이 무산되는가 하면 갑질 의혹이 제기되고 관계자들이 변호사를 대동해 사안 해석에 대한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도립미술관이 용역업체와, 용역업체가 다시 예술감독과 계약하는 구조의 제주비엔날레 특성상 지난 3월 18일 우선 용역업체가 선정되기 전까지 행정공백이 생겨났고, 이 기간 참여작가들은 당초 5월 개최에 맞춰 자비로 전시준비를 계속해왔다.

문제는 도립미술관과 예술감독·참여작가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없었던 '3개월'의 행정공백에서 발화됐다.

명확한 문건(계약서)이 작성되지 않았던 점, 가계약 형식으로 작성된 예술감독과 참여작가 간의 문건으로는 예산을 원활하게 집행할 수 없다는 용역업체의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제주비엔날레가 내년 5월로 연기되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작품 보관·이전 비용 등 어느 쪽이든 져야만 하게 된 '부담'의 부피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관 중심의 문화행사가 갖는 '규모'와 '추진력'이라는 강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 오히려 걸림돌이 된 셈이다.

예산의 규모는 보다 치밀한 근거의 구체성과 정확성을 요구하게 됐고 조속한 추진을 위해 진행해온 참여작가들의 노고는 물거품으로 사그라질 상황에 처했다.

참여작가는 추진해온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에 휩싸였고 소통이 이뤄져야 할 자리에서는 각 입장을 대변해 줄 변호인의 의견이 떠다닐 뿐이다.

서로 피력하는 의견이 모두 '현실적인' 것은 맞지만, 모두의 현실이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중재의 책임을 짊어진 도립미술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논리로 시비를 가릴 것인지 원활한 소통의 장을 조성할 것인지 이목이 모이는 순간이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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