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해리슨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700년간 6개 대륙 주요 전염병 정리
지리적 범위 상호작용 추적한 '세계사'
첫 국제위생회의·국제협력시스템에 주목
국제공조 기반 새 방역방식 도출 요구

21세기 문명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란 의견이 분분하다. 무역과 해외여행이 막대한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나 '언택트' 같은 낯선 용어들이 일상을 바꿨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고 마스크가 상비품이 되는 모습들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전염병으로 세상이 요동치는 시기 전염병의 역사에 눈길을 두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현재 인류가 어디쯤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선 먼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영국 의학사 마크 해리슨이 쓴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는 이를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낸다.

이 책은 700년에 걸쳐 6개 대륙에서 발생한 전염병과의 투쟁을 꼼꼼하게 살핀 12년 연구의 결실이다. 14세기 페스트부터 콜레라, 황열병, 가축 질병인 우역은 물론 광우병 소동과 조류독감 등 동물 전염병과 21세기 사스와 메르스까지 다뤘다. 1865년 메카를 습격한 콜레라와 1910년 만주를 강타한 페스트도 빠뜨리지 않는다.

관련 학자들의 선행연구와 세미나, 학술대회, 각 국가들이 축적한 기록들을 살핀 결과 한 나라의 전염병 투쟁사가 아니라 상당한 지리적 범위에 걸친 장기간의 상호작용을 추적한 '세계사'로 결실을 맺었다.

저자는 세계사적 관점을 통해 전염병의 여파가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탐구한다. 콜레라나 황열병의 확산 뒤에는 무역을 비롯한 국제교역과 노동 이주, 성지순례 등이 있었음을 지적하고 교통혁명과 산업화로 한 나라 단독으로 전염병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립되면서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협력시스템이 전개되기 시작한 점에도 주목한다.

1851년 파리에서 첫 국제위생회의가 열리면서 국제 공조 체제의 첫발을 내딛고 1902년 황열병 대처를 위한 범미위생회의등을 거쳐 1907년 전염병 정보수집과 통지업무를 담당할 '국제공중보건국'이 설립된 사실들을 조명한다.

그러면서도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각국의 대응을 보면 19세기 후반을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비판하고, 잊을 만하면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하는 현대에는 국제 공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역 방식과 제도를 창출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푸른역사. 3만5000원.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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