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섭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관광호텔업분과위원장

매년 이 맘 때면 제주 관광과 관련한 부정적 내용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잘 하고 있다'싶으면서도 이런 지적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정비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언론 보도 등으로 불거진 제주 도내 숙박 객실 요금 바가지 논란이다.

기사가 나오고 난 뒤 상황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해당 업체는 물론이고 관광협회 차원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제주도까지 나서 '바가지'가 맞는지 살폈다. 기사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문제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관광업 자정 노력과 공정 관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 대책으로 진정에 나서는 것이 고작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노파심이 든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제주는 숙박시설 공급과잉으로 인한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원래 공시가격 보다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객실이란 것이 원래 한정적인데다 서비스 상품 특성상 수요가 적을 때는 할인율이 높고, 성수기에는 낮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정상적인 공시요금을 받는 것이지만 그것이 '비싸다' 또는 '올려 받는다'고 인식하면서 바가지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제주도 숙박시설이 공급과잉이 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할인율을 높이면서 원래 공시요금보다 저렴한 요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수요가 많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원래 정상적인 공시요금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바가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꿨다. 관광시장만 바꾼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선택권에도 변화를 줬다. 관광업이 흔들리며 골목상권에 까지 영향을 주고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간신히 일자리만 지키고 있는 상황은 벌써 몇 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언텍트 문화 확산은 제주 관광을 선택하는 관광객들이 단순한 가격 비교를 넘어 서비스 질이나 가성비·가심비 등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했다.

여기에 전국 자치단체들이 포스트코로나 핵심키워드로 '관광'을 꼽으면서 제주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신혼여행 시장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 충격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관광'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사항이다. 제주 허니문 시장이 뜨고 있다고 하지만 결혼 자체가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제주 숙박시설을 겨냥한 바가지 논란 역시 제주 관광에 부정적 인식을 확산해 관광 선택을 망설이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19 지역 확진 사례 중 상당수가 관광객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당장이라도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으로 관광객을 모집하고 싶지만 성급하게 판을 펼칠 것인지, 방역 등 안전 비용을 들여 시장 관리를 할 것인지는 선택해야 하는 등 고민이 크다.

다만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관광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제값'에 대한 기준을 바르게 설정하는 일이다.

관련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입장에서 제주 지역 특급호텔이나 고급 펜션의 시설과 서비스는 해외 다른 호텔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비싸다'고 지적한 요금도 꼼꼼히 뜯어보면 충분히 적정한 요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성수기라는 올해 여름 역시 바가지 이슈가 나올 만큼 단가를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해외여행 수요가 제주로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 지역 관광업계가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공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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