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8월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성폭력 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제주여민회의 인간띠 잇기 행사 모습.
여성운동의 대모인 글로리아 스타이넘(68)의 오는 10월 6일 제주 방문을 계기로 ‘페미니즘’(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여성’‘여성의’를 뜻하는 영어 ‘female’에 어원을 둔 ‘feminism’은 사전적으로 ‘남녀 동등권주의’ 또는 ‘여권신장운동’을 뜻한다. 우리 여성계에서는 흔히 ‘여성주의(운동)’로 번역한다.

페미니즘의 맹아는 유럽에서 산업자본주의가 태동, 생산의 중심축이 가정에서 공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여성이 생산활동에서 배제된 채 가사만을 전담하게 된 18세기에 싹텄다.

페미니즘이 실천을 동반한 변혁사상으로 절정을 맞은 때는 1960∼70년대 미국에서다. 1977년 스타이넘 등을 중심으로 한 여성운동가들은 미국 휴스턴에서‘전미 여성대회’를 열어 여성해방을 선포한다.

유엔이 1972년을 일방적으로 ‘세계 여성의 해’로 선포한 데 반발해 미국 여성들이 스스로 의제를 정하고 평등을 주창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이 행사는 계층과 인종을 뛰어넘은 여성운동사의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계몽·자유주의적 이념에 기반 한 페미니즘 외에도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도 여성주의 운동에 무시하지 못할 파급을 가져왔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불평등이 지배계급인 남성, 종속계급인 여성을 층위로 하는 계급적 착취구조에 있다고 파악,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강조했다. 여성의 노동시장으로의 회귀와 육아의 사회화, 결혼제도의 변화 등은 이들이 내건 요구사항들이었다.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의 국가보육제도 등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 우리나라가 공보육을 강화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려는 정책을 펴는 것도 그런 방향이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계급적 착취구조 외에 가부장제가 남녀 성차별을 심화시킨다고 보고 생산과 노동, 가족 등 각 영역에서의 여성억압을 폭로했다. 우리 여성계의 호주제 폐지 운동 등은 이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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