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에 ‘소비자는 웃고, 업계는 우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주도 아래 다음달부터 ‘타사 전출 이동전화 번호변경 안내 및 연결서비스’가 도입된다. 이는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번호 이동성’제도의 전 단계로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기존의 번호를 유지한 채 사업자를 마음껏 골라잡을(?) 수 있게 된다.

▲타사 전환 이동전화 번호안내서비스=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업체가 ‘타사 전출 가입자 번호안내 및 자동연결서비스’시행에 합의하고 오는 11월1일부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기존의 번호로 전화를 걸면 “지금 거신 전화는 000-000-0000번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연결해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자동 연결된다.

그동안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감히 전화번호를 바꿀 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요금이 싼 사업자로 옮기고 싶어도, 통화품질이 더 나은 사업자로 바꾸고 싶어도 언제나 걱정은 번호 변경에 따른 귀찮음 혹은 두려움이었다. 길게는 몇년동안 뿌린 명함이 허공에 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대전화업계의 번호 안내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는 ‘족쇄’를 푸는 의미로, 업계로서는 시장판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번호이동성 도입=번호안내서비스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도입될 번호이동성 제도를 위한 전단계 서비스의 성격이 강하다. ‘번호이동성’이란 말그대로 다른 사업자로 옮겨서도 기존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011 사용자가 016 또는 019로 사업자를 옮겨도,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옛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본 제도의 정지작업으로 시행되는 번호안내서비스는 불필요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동전화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이 서비스의 도입으로 이동전화 3사의 이해득실을 보면 SK텔레콤(시장점유율 53%)은 손해, LG텔레콤(13%)은 이익, KTF(34%)는 경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기존 가입자를 잡아두기 위한 요금인하 경쟁, 대규모 경품 제공 등 ‘전쟁’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용자 편익이 우선=물론 업계의 반대도 많았다. 시장점유율 1위 SK텔레콤은 도입 자체를 반대했고, LG텔레콤은 자사를 제외한 제도 도입에만 찬성했다. 하지만 이들 반대는 정통부에서 주장한 ‘소비자 편익 우선 논리’에 밀려 채택되지 않았다.

한편 올 초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선 전체 조사대상자의 96%가 ‘이용자 편익’을 이유로 ‘번호 이동성’ 도입 찬성을 밝혔고, 전체의 68.6%가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사업자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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