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조방법에 대한 체계적 조사없이 이뤄진 환해장성 정비 현장(사진 위). 원형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아래는 원래 모습의 환해장성.
공공의 위협에 대처하던 제주인들의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제주의 환해장성. 고려 중엽부터 축조된 환해장성은 조선 중엽에 이르기까지 빈번한 왜구의 침범을 방어하기 위해 600여년에 걸쳐 쌓여졌다.600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말해주듯 환해장성은 그 시대에 따라 다양한 축조방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 98년 성산읍 온평리 환해장성 보수·정비 이후 시작된 환해장성 보수·정비는 환해장성의 축조방법에 대한 기본적 조사 없이 이뤄져 오히려 환해장성 본래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형 해치는 보수·정비 현장
문화재로 지정된 화북동의 별도 환해장성은 그 형태가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어 환해장성의 축조방식과 원형을 살펴볼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1년 2억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 환해장성 보수·정비 작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환해장성에 대한 보수·정비가 환해장성 축조 당시의 축성법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이뤄져 원형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별도 환해장성과 2억원을 들여 보수·정비한 구간은 외관상으로 쉽게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환해장성은 적의 침입에 대비한 1차방어선의 성격이 짙고 그 축조시기도 단시간이 아닌 장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환해장성의 축조는 그래서 타지역의 성곽 축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보수·정비가 이뤄진 구간의 별도 환해장성은 흡사 타지역의 잘 짜여진 성곽과도 같은 모습으로 정비돼 환해장성의 원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 문화재 복원 전문가가 없다
환해장성 복원이 원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뤄진 데는 도내에 문화재 복원 전문가가 전무하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문화재청에 문화재 복원·보수·정비 등록업체로 지정된 도내 업체는 전혀 없다.

따라서 도내 문화재 복원과 관련된 사업은 타 시·도의 등록업체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제주의 문화재는 타 시·도의 문화재와는 그 성격과 특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주 문화재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업체가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문화재 복원을 진행할 경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지난 98년 제주도의회에서는 신산리 환해장성 성곽보수 사업이 원형복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복원사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특히 도내 대학에서도 문화재 복원에 대한 전문적 커리큘럼이 부족해 지역 문화재 복원 전문가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환해장성 복원, 대안은 없는가
제주도는 지난 96년 3성(城), 9진(鎭), 항파두리성, 환해장성 등 제주도의 방어유적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조사는 화북·고내·애월·행원·온평 등 도내 5개 지역 환해장성에 국한됐다.

더구나 당시 조사 과정에서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것으로 조사된 고내 환해장성은 이후 진행된 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누락됐다.

제주도 문화재 부서도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함덕·조천·상예동 환해장성의 경우 훼손된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실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환해장성에 대한 정확한 측량조사와 실태파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환해장성은 해안선 구조에 따라 그 축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정확한 보고서 마련이 환해장성 보존과 복원의 기본 요건이다.

제주문화재 연구소 강창화 실장은 “제주의 환해장성은 타 시·도의 성곽과는 전혀 다르며 전문기술에 의한 축조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에 의해 쌓여졌다는 점 등 다양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축성법·축성시기 등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함께 정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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