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았던 ‘4·3경찰사(史) 파문’이 가라앉았다.

 경찰이 지금까지 배포한 책을 전량 회수해 문제가 된 4·3부분을 삭제하겠다고 나서자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던‘도민대책위원회’도 경찰청장 사퇴등 다른 요구들을 거둬들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양쪽 다 ‘용단’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다.특히 경찰은 앞으로 4·3진상규명에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전향적인 약속까지 내놓았다.대책위도 전량 회수를 청장사과의 의미로 적극 해석했다.

 경찰을 상대로 규탄대회가 열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 전에 이같은 합의가 이뤄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늦게나마 대화와 타협의 미덕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보여준 것 같다.

 사실 이번 파문은 경찰이 책을 내기 앞서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생기지 않을 일이었다.누구 말마따나 아무리 이 책의 성격이 ‘경찰 내부의 족보’라고는 하지만 군·경에 의해 희생된 유족들의 입장을 생각했어야 했다.더구나 지금의 사회분위기는 10년전 하고도 크게 달라졌다.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숨죽여 살아온 유족들에게도 경찰이 성토대상만은 아닐 것이다.

 경찰 또한 할말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10년전에 선배들이 써놓은 내용을 함부로 고칠순 없었다”는 실무자들의 ‘고충’은 차치하더라도 당시 희생자 가운데는 경찰도 상당수 끼어있다.4·3을 우리나라 현대사 최대 비극의 하나로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사실과 다르게 기술하거나,진상규명을 하자는 마당에 일방적으로 정의부터 내려버린 것은 성급했다.

 어쨌든 이번 파문은 4·3을 둘러싼 도민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깊은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그러나 얼마든지 화합의 씨앗을 틔울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줬다.<김성진 기자·사회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