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 겸 선임기자

퇴직전 1년부터 시행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연간 최고 9000만원을 받는 예산낭비와 함께 고급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기에 6개월 적용하겠다는 원 지사의 2년전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5급)이다. 제주도가 민선시대 개막후 관선시대의 시험제를 심사제(근무성적평가 80%·면접 20%)로 변경했지만 사무관 승진은 '좁은 문'이었다. 그래서 사무관 이상으로 승진한 해당 가족들은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다. 

사무관 이상 승진이 힘들던 공직사회의 현실은 2018년 7월1일 민선7기 출범 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핵심인 '58년 개띠'를 필두로 59·60년생들이 물러나고, 동시에 민선7기의 행정조직 확대로 승진자리가 종전보다 적지 않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의 경우 승진에 필요한 법적 소요기한이 짧아지면서 승진속도가 빨라지고, 그 규모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제주도 간부공무원의 직급별 평균 승진 소요 연수는 제주도가 전국 평균에 비해 5급은 2개월, 4급은 1년4개월, 3급은 1년5개월씩 더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 5급 이상 승진 규모도 2017년 87명에서 2018년 142명으로 38.7% 증가하자 공직사회가 '승진잔치'의 오명을 쓰고 있다. 직급별로는 3급 부이사관이 9명에서 11명으로 2명(22.2%), 4급 서기관은 31명에서 41명으로 10명(32.3%), 5급 사무관은 45명에서 88명으로 43명(96%)으로 크게 늘었다. 역설적이지만 사무관 승진이 예전에 비해 수월하자 축하광고를 게재하는 '가문의 영광'도 드문 실정이다. 

승진이 공직사회의 영예이지만 주민들이 부담할 공직사회의 경직성 경비가 증가하면서 '고비용 저효율'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따라 공직사회의 '승진잔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기간은 행정조직 대폭 축소와 함께 4급 이상 공로연수 시행 시기를 법적 규정인 6개월로 줄여야 함에도 현실을 거꾸로 가고 있다. 생색내기에 불과하지만 1국·1과를 감축하는 조직개편안이 도의회에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가 내달 24일 단행할 올 하반기 인사에서 5급 이상, 특히 4급 이상 고위직 공로연수 시행 시기를 정년퇴직 1년전으로 적용하면서 승진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방공무원 공로연수 시기를 정년퇴직 6개월전으로 규정하면서도 지자체 결정에 의해 1년전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부칙 조항을 제주도가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인사에서 도 본청(사업소·감사위원회 포함)의 공로연수 대상자 40여명중 3급은 10명, 4급은 8명에 각각 달한다. 특히 법적 승진소요 연한을 채우지 못한 서기관급 공무원들이 직무대리 국장으로 무더기 직위승진, 치열했던 승진경쟁도 사실상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4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6개월 일찍 물러나면서 일은 안해도 매달 1명당 600여만~800여만원씩 1년간 최고 90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면서 재정 낭비는 물론 '무노동 무임금' 원칙까지 위배하고 있다. 놀고 먹는 공로연수자에게 1인당 평균 7000만원만 잡아도 28억여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고급 인력 낭비도 나타나면서 공로연수 무용론까지 나온다. 30년 넘게 경력을 쌓은 공직자들, 특히 국장 직급(직위)에 발령된지 6개월만에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행정력 낭비도 우려된다. 

공직사회를 도민에 충성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간부공무원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이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경험을 더 쌓은 현직 국장들을 십분 활용하는 패러다임이 올 하반기 인사부터 전환돼야 한다. 30년이상 공직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6개월 공로연수를 적용하는 것은 원희룡 지사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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