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 겸 선임기자

사회협약위의 권고안을 도지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위원들의 전체 사퇴는 물론 원 지사 스스로 약속한 사회협약위의 역할 기능이 축소되고, 협치도 사문화될 수 있다

올해로 출범 15년을 맞은 제주특별자치도는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선도하는 시금석이다. 중앙권한을 제주에 이양해 도민사회가 스스로 먹고 사는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합의 역시 스스로 만드는 '자율과 책임'이 동시에 주어졌다. 그래서 2006년 시행된 제주특별도 특별법에는 갈등을 도민 스스로 조정·합의하도록 전국 최초로 사회협약위원회 구성이 법률로 규정했다.

돌이켜보면 제주특별도가 관광교육 의료 등 핵심산업 육성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찬·반 논쟁이 적지 않았다. 또한 사회협약위가 지난 2008년 3월 처음으로 닻을 올렸지만 도지사의 자문기구로 한정, 각종 현안 갈등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직후인 2014년 제4기 사회협약위의 기능을 권고 수준으로 강화, 태생적 한계 극복에 나섰다. 그럼에도 사회협약위의 갈등 조정은 미흡했던게 사실이다.

미흡했던 사회협약위의 위상은 지난해 1월말 출범한 6기 체제부터 변화를 보였다. 갈등관리분과는 최우선 과제로 국립공원 확대 지정을 선정해 수차례의 자체토론과 이해당사자 면담 및 도외 국립공원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도와 환경부가 지난 2018년 기존 한라산국립공원 면적보다 4배 늘린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해 우도·추자 주민들과 양식어업인, 버섯농가 등을 중심으로 사유재산권 침해와 생업활동 피해를 주장하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갈등 해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환경부 도, 찬·반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국립공원 확대 지정과 관련해 도지사에게 권고할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최근에는 국립공원 확대지정에 대해 사유재산권과 주민의 생업활동을 보장하는 권고안을 채택, 도지사에게 전달해 갈등 해소의 단초를 마련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사회협약위의 권고안은 전체 제주국립공원 확대지정 면적 610㎢ 중 우도해양 25.9㎢, 추자해양 95.3㎢, 표고 및 산양삼재배지역 1.0㎢를 제외토록 했다.

해당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행할 경우 더 큰 반발·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회협약위는 이와함께 반대입장을 표출하는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의견 수렴후 지정여부를 결정토록 권고하는 한편 지역공동체 분열상을 막기 위해 주민과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갈등영향분석 의뢰를 권고했다.

사회협약위의 권고안 제출로 국립공원 확대 지정의 '공'은 원 지사와 환경부로 넘어갔다. 특히 사회협약위의 권고안을 도지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위원들의 전체 사퇴는 물론 원 지사 스스로 약속한 사회협약위의 역할 기능이 축소되고, 협치규정도 사문화될 수 있다.

제주특별도 출범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중인 사회협약위의 의견은 권고에 불과할지라도 사회적 합의라는 도민 협치정책 측면에서 중요한 기구가 아닐수 없다.
심지어 찬·반 쟁점이 팽팽한 공공정책을 놓고 토론회 등 합리적인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기에 이번 제주국립공원 확대지정과 관련한 권고의 의미는 상당하다 하겠다.

사회협약위 출범후 지금까지 제대로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도민들의 눈총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 권고 결정은 사유 재산권이나 생업활동을 함부로 침해하는 공공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환경보전이라는 미명을 앞세워 사유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독불장군'식 행정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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