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편집국장

불과 몇 주 사이 안부 인사가 바뀌었다. 간신히 "요즘 어때?"를 입에 올렸는데 "거기는 괜찮아?"로 분위기부터 달라졌다. 바빠진 SNS도 마찬가지다. 숨 돌리던 느낌은 실종됐고 '역대급'이라는 태풍을 누르고 '방역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이건 또 뭐래요'를 묻는 질문이 넘친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삶을 바꿨다. '언제 끝나나'하는 분위기가 '끝나기는 할까'하는 체념으로 바뀐 것도 불과 몇 개월에 불과했다. 달라진 것을 따라잡는 상황도 극과 극을 달렸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다. 5월 황금연휴에 이어 7·8월 여름성수기까지, 하루가 멀다고 울리던 코로나 문자가 줄어들고, 또 익숙해지면서 '이 정도면'하는 보상심리 같은 것이 툭 하고 고개를 들었던 모양이다.

'8월 휴가 대이동이 코로나 진정과 재확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정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경고가 있었고, 관광도시인 제주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단호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여름 성수기 시작 즈음에 '바가지' 논란이 터졌다. 관광업계 내부의 '손발 좀 맞춰달라'는 아우성이 외부로 노출될 만큼 사정도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 '타 지역에 비해 코로나 경각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외부의 시선을 놓쳤다. 

제주도 홈페이지 신문고 '원지사 핫라인-관광불편민원접수'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이 '안전'에 대한 부분이었다. 2건 중 1건은 코로나 방역관리에 대한 불만이었다. 마스크 미착용과 해수욕장 등에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알면서도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지적이다.

그 댓가는 혹독했다. 8월 마지막 주말 도민들은 정신 차릴 새 없이 코로나 메시지를 받았다. 광복절 집회 이후 시작한 수도권발 집단 감염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제주도에서 발생한, 또 확인한 내용들이 꼬리를 물었다. 제주도가 안내한 내용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정보가 주변과 지인을 통해 쏟아졌다. 학습효과,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넘어선 관심은 바이러스 이상의 전염력을 발휘한다. 지금의 상황은 '동선이 겹칠 수도 있다'가 만든 특정 지역이나 장소에 대한 회피를 넘어 '나도 모른다'는 불안증으로 바뀌었다. 온천발·게스트하우스 파티발에 이어 '제주 여행을 다녀와서'라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인포데믹(infodemic·정보전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쉽게 패닉에 빠지고 좀처럼 통제되지 않는다. 본능이다. 이번 혼동은 어떤 이유였건 제주도정에 책임이 있다. 정부가 비상 상황을 우려했던 '광복절 연휴' 제주에는 전년 동기보다 많은 관광객이 들어왔다. 방역 수위가 최소 2·3배는 높아져야 했다. 정부보다 '센' 제주형 기준으로 적용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철통같이 지쳤던 '지역 감염 차단'을 눈 뜨고 놓쳤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이 청사를 방문했던 일도 일부 공간을 폐쇄했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출입을 사전 제어할 수 있는 어떤 매뉴얼도 없었다. 시청도, 정부 공기업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미착용 여부는 확진자에게만 물었다. '게스트하우스'와 '파티'같은 제도권 안에 제대로 품지도 못한 아픈 손가락이 아직 흉한 상처를 드러낸 상태다.

제주도가 공개하기 전 건너 안 정보가 사실로 확인될 때마다 도민들의 불안감은 커진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놓쳤다고 본다. 성숙한 도민 의식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중앙과 관련한 일에는 득달같았던 리더의 SNS와 '입'이 도민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왜 이렇게 신중한 지도 알고 싶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