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실장

"도민들의 '경제 참사'와 달리 간부공무원들은 '승진잔치' 반복. 간부공무원들이 승진에 버금가는 고품질 정책을 만들지 못하면 올해 선언한 경제난 극복 정책도 헛구호에 그쳐"

도민들이 '경제 참사'로 고통을 겪는 것과 달리 제주특별자치도 공직사회의 '승진잔치'가 반복되고 있다. 공직사회의 승진잔치는 2018년 7월1일 출범한 민선7기 도정이 도본청 행정조직 13국·49과·200팀을 15국·60과·238팀으로 확대한 결과다. 민선6기에 비해 특별히 증가한 업무가 없음에도 조직개편을 통해 3급 2자리, 4급 11자리, 5급 36자리 등 상위 직급을 세분화 해 늘린 결과 하위직까지 매년 수백명씩 연쇄 승진하고 있다.  

특히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은 경제난 해결 등 특별한 성과를 창출하지 않아도 매년 '승진 경사'를 맞고 있다. 예전에는 "사무관 승진=정년퇴직"의 푸념이 나올 만큼 치열한 내부경쟁과 승진자리 부족으로 쉽지 않았지만 민선7기 출범 이후에는 승진소요연한만 채우면 '자동 승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소요연한을 채우지 못해도 3·4·5급으로 진급할 직위가 남아돌면서 '직무대리'로 일찍 승진하는 특전(?)도 누리고 있다.  

도본청 소속 간부공무원들의 승진 규모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9년 상반기 59명, 2019년 하반기 58명, 2020년 상반기 56명, 2020년 하반기 66명, 2021년 상반기 82명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간부공무원들의 우수한 정책으로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도민의 삶을 살찌우는 성과를 창출하면 승진잔치에 토를 달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제주경제는 행정조직 확대로 간부공무원들의 승진잔치가 시작된 2018년부터 침체일로에 놓여 있다. 

2015~2017년 전국 1위를 기록했던 제주지역경제 성장률이 2018년 -1.7%, 2019년 0.9%로 추락하면서 전국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까지 겹친 2020년 역시 한국은행에서 -3.0% 내외로 전망할 만큼 제주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그래서 간부공무원들의 승진잔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죽했으면 간부공무원들이 지역경제 회복에 혼신을 다하지 않은 결과 도민들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다.

간부공무원의 승진잔치 인사는 공직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지난 15일 단행된 올 상반기 인사와 관련해 "고위직으로 갈수록 인적자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질·능력이 의심되는 승진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또 인사발령 직전의 보직에서 문제를 일으킨 간부공무원들이 문책을 당하기는커녕 승진하는 사례도 급증한다고 비판했다.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은 도민의 삶을 살 찌울 정책 수립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럼에도 간부공무원들의 승진잔치는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는 도민 정서와도 맞지 않다. 간부공무원들의 승진이 치열한 내부경쟁이 아니라 경제난을 극복할 특별한 성과가 없어도 승진에 필요한 법적 기한만 채우면 올라가는 '자동 승진'이어서 걱정스럽다. 

간부공무원들의 '자동승진'은 특별함이 부족하기에 도민들의 경제난을 극복할 고품질 정책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2월에도 '지역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범도민 위기극복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은 결과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매년 2차례씩 벌어지는 간부공무원들의 승진잔치는 예전 도정에서 상상하기 힘든 숫자다. 이에따라 간부공무원들이 승진잔치에 버금가는 고품질 정책을 만들지 못하면 도민들의 경제적 고통만 심화되고, 민선7기 도정이 올해 추진할 경제난 극복도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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