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제주본부 설 전 화폐 발행 전년보다 11.1% 감소
관광업 부진 등 환수액 60% 줄어…신권 교환 3분의2 ↓

"줄 안 서고 신권을 바꾼 건 올해가 처음인 것 같아요"

직장인 강승훈씨(35·제주시 연동)는 9일 50만원을 1만원권 신권으로 바꿨다. 친척이 많아서가 아니라 5만원권을 구하기 힘들어서다. 강씨는 "창구에서 5만원 신권이 없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덕분에 봉투가 두툼해졌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 발행액이 10% 이상 준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제주본부가 9일 발표한 2021년 설 전 제주지역 화폐발행 동향에 따르면 올해 설 전 10영업일간(1월28일~2월10일) 도내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는 1137억원으로 전년동기(1443억원)보다 160억원(11.1%)감소했다.

설 전 화폐는 주로 상여금과 세뱃돈 등의 목적으로 공급된다. 지역 경기위축 장기화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과 가정 등에서 씀씀이를 줄인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설연휴까지 이어지는데다 가족간 모임까지 자제하는 분위기가 보태지며 신권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도내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지점별로 보급하는 신권 규모가 작년보다 줄어들기도 했지만 신권을 찾는 사람도 지난 설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전담 창구를 두기는 했지만 평년 보다 한산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5만원권 품귀현상도 화폐 발행 규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장기화로 비상상황 등을 감안한 현금 보유 경향이 강해지면서 5만원권 환수가 평년을 크게 밑도는 등 신권으로 바꿔 유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도내 금융기관에서 한국은행 제주본부로 환수된 금액은 146억원으로 전년 동기(365억원)보다 60%(219억원)나 감소했다. 서비스업·숙박업 등을 비롯한 관광업 부진까지 겹친 결과다.

한편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도내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발행액에서 환수액을 차감한 순발행액은 1137억원으로 전년동기(1078억원)대비 59억원, 5.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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