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연구위원·비상임 논설위원

일반적으로 가족이란 혈연공동체를 의미한다. 가정은 혼인을 전제로 하여 형성되며, 이를 사회규범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가족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므로, 가정마다 장자중심의 플랫폼이 운영된다. 우리 사회에서 장자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가족공동체의 임무들이 있으나, 사회 변화에 따라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가족주의 문화가 남아 있어서 장자중심의 플랫폼이 잘 운영되면 그 집안은 화목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가족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부모님이 연로하거나 돌아가시면 가족공유플랫폼 운영권은 장자에게로 이양된다. 이 경우 가족구성원들은 장자가 가족애로 플랫폼을 운영할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해주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플랫폼이 제대로 운영되면 그 집안은 평화로워진다. 그런데 장자가 플랫폼 운영을 잘하지 못하거나 포기할 때는 가족공동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장자 이외에는 가족공유플랫폼의 운영권을 넘겨받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서로 비난하다가 결국에는 해체된다. 

플랫폼은 운영 주제가 있고, 구성원들이 있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원활하게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는 사회적 관계망으로 접속되고, 서로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반면 가족공유플랫폼은 혈연공동체의 결속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부모에서 장자로 장손으로 수직적인 전달체계이며, 그 외 가족구성원들은 회원으로서 참여하는데 의미를 둔다. 따라서 가족공유플랫폼은 공동체 의식이 확고해야 지속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사회적 플랫폼에 비해 상처가 크고 회복이 어려워진다. 이 플랫폼은 가족들이 어디에서 살건 정해진 시기에는 반드시 모여서 공동체 의식을 행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결국 우리사회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혈연중심의 플랫폼 운영은 서버 관리자의 역할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이는 주 관리자에게 책임과 의무만을 부여해 왔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이 운영권을 반납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따라서 전통적인 가족구성원으로 구축된 가족공유플랫폼 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 

가족공유플랫폼은 1인이 운영하면서 서로 다른 회로와 협력하여 운영할 수 있다. 이때 네트워크가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시행착오는 당연하다. 또 하나는 기존의 방식대로 혈연중심의 플랫폼을 운영할 때 운영 방법과 가치를 놓고 대립할 수도 있고, 탈퇴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 플랫폼 운영에 대한 유연한 시각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족구성원들의 요구를 일정부분 해소해 주는 방향으로 운영하게 되면 이 플랫폼은 지속될 것이다. 이때 플랫폼에 참여한 개별 네트워크도 양보와 배려를 우선순위에 두고, 회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지켜야 한다. 규칙은 플랫폼 참여자 간에 협의할 수 있다.

한편 플랫폼 운영자가 민주적으로 운영하려고 해도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면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족공유플랫폼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가족구성원들의 기준을 다양하게 수용해야 하고, 가족공유플랫폼 운영 방식도 개방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문이라는 규약으로 하향식 메시지 전달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혈연중심의 가족공유플랫폼 구축도 어렵고, 운영도 어려울 것이다. 이에 앞으로는 가족구성원의 기준과 범위를 확대하여 사회적 가족공동체가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고, 그에 걸맞게 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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