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비상임 논설위원 

무더위가 한창인 8월 제주아트센터에서는 제주국제관악제 개막공연이 서귀포관악단과 세계적인 플루티스트인 최나경,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고있는 보컬리스트 박기영과 제주도내합창단 등 약 200명의 음악인이 출연으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코로나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관악제의 열기는 그 경력을 입증하는 듯 문화에술분야를 넘어 제주도민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축제 그대로였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제주 토박이 관악인들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 1995년 시작되었다. 1998년에는 일본, 대만, 독일, 한국에서 참가한 앙상블과 독주 중심의 앙상블축제를 신설하여 홀수해의 밴드축제와 병행하였고 2000년부터는 관악콩쿠르가 신설되며 앙상블축제와 동시에 개최되었다.

발전을 거듭한 콩쿠르는 2009년 4월 유네스코 산하기구인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 인준을 받아 세계적인 음악콩쿠르 반열에 올라섰다. 또한 2004년에는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3회 아시아태평양관악제(APBDA)를 동시에 개최함으로써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되었고, 2006년에는 세계마칭쇼밴드챔피언십대회를 함께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관악제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의 기관에서 그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관악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활용한 다양하고 우수한 프로그램 유치, 국내외 관악을 통한 교류 및 홍보, 제주를 소재로 만든 창작관악곡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정부지원 공연예술사업평가보고서도 지원해야 할 축제로 분류하였다. 한편 관악단 및 청년관악인의 육성과 조명, 상설이 아닌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 관악인들과 시민참여의 부족과 이에 부응할 수준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의 부재 등은 지속적인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다.

올해 제주국제관악제의 가장 혁신적 변화로는 축제의 시즌제 도입과 관악작곡콩쿠르의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시즌제는 연중축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시스템이고 관악창작콩쿠르는 국가 문화정책의 방향과 세계적인 축제의 흐름과 잘 맞추어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매우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변화이다. 특히 제주의 학교 교육과 관악발전에 기여한 고봉식 전 교육감과 제주도 최초의 관악대 창설자로 알려진 한국전쟁 당시 유엔 민간기구협력단 부사령관 길버트소령의 기록물 전시는 올해 가장 눈여겨볼 프로그램이다. 

제주와 비슷한 소재와 여건을 가지고 있는 에든버러군악대축제의 경우 독특한 스코들랜드 군악대의 전통과, 고성(古城)인 에든버러성채, 이 두 가지의 독특한 문화적, 공간적 자원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프로그램측면에서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하였고, 조직면에서는 예술적 부분을 담당하는 예술감독과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전문가의 조화 로 인해 안정된 조직이 구축되어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에딘버러군악대축제는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인정받으며 전 세계에 샘플링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가 전무하였던 제주에 국제관악제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나무를 심어 꽃을 피우고, 오아시스를 이루어 커다란 숲을 만들어가고 있는것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외국의 음악축제처럼 그 길을 가고 있다. 관악제 하나가 제주시민의식을 변화시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경제효과를 창출하여, 지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과 함께, 지역을 변화시키고 성장케하는 제주브랜드 문화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희생하신 은사님과 선후배님, 행정, 관악 동지들께 충심으로 존경의 마음과 함께 관악제의 발전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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