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선임기자

고용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바람을 일으켜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뜻도 중요하겠지만, 국민을 지역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 '찬바람'을 제대로 읽는 일부터 해야 한다.

"찬 바람이 불면…" 이 즈음이면 버릇처럼 코 끝에 걸리는 가요다.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에 식어버린 사랑을 읊조리는 목소리가 계절과 계절 사이를 무심히 걷는다. 현실이 그리 애틋한가 하면 '찬 바람이 불면' 이런 저런 걱정이 늘어난다. 당장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하나부터 급격한 온도차에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쉽고 연말을 앞두고 싱숭생숭해지는 마음도 커진다. 이미 알고 있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진다.

찬바람이 불면 유난히 신경 쓰이는 것이 '가계부'다. 제주의 물가 상승률은 올 2월 이후 전국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4월부터는 3%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 의존도가 높은 관광지인데다 물류 부담이 큰 지리적 특성이 반영됐다는 연구(한국은행 제주본부 '최근 제주지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국 수준을 상회하는 요인과 시사점'.2021년 11월 8일)도 나왔다. '재료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음식 가격을 올린다'는 얘기 끝에 올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붕어빵과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붕세권을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왔다는 뉴스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이면 돌봄이나 가사 노동 부담, 감염 위험까지 불사하고 '일을 하겠다'는 여성들이 늘어날 만도 하다. 현실은 그러나 녹록하지 않다.

10월 기준 제주지역 고용률은 67.7%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6월 68.1%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을 읽을 수 있는 수치이기는 하다.  정말 그럴까. 제주 고용 통계 속 숨겨진 것들을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9월에 비해 10월 비경제활동인구는 5000명 정도 줄었다. 눈이 가는 부분은 일용근로자의 증가다. 9월 2만2000명에서 10월 3만명까지 늘어났다. 건설업 취업자수가 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0명, 9월 보다는 4000명이 늘었다. 지난해 10월 13만3000명이던 사업개인공공서비스 취업자는 올 9월 14만2000명까지 늘었지만 10월 14만명으로 감소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동시에 줄었다.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고용률은 남성에 한한 얘기다. 10월 남성 고용률은 73.9%로 1년 전 72.5%보다 나아졌다. 여성은 62.5%에서 61.7%로 낮아졌다.

청년은 어떨까. 올 3분기 제주 청년고용률은 41.5%를 기록했다. 1년전 42.3%에 못 미친 것은 물론이고 올 2분기 44.7%에서 3.2%포인트나 떨어졌다.

10월 중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만 6000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7만 3000명(-26.0%) 줄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7만 1000명으로 7만 7000명(82.1%) 증가했다. '주 52시간 근무', '유연 근무'같은 것이 제대로 정착했다는 해석은 어렵다. 고용률이 살아난 것처럼 보이는 이면에는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 고용 영역이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주문될 만큼 불안정해 보이지만 이 마저도 레드오션이라 일감 싸움이 치열하다. 다시 고용의 질, 임금 양극화, 박탈감 같은 사회 문제로 번진다.

바야흐로 선거의 시대가 도래했다. 눈에 보이는 자리를 놓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살리고 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코로나19을 겪으며 느꼈지만 뭐 하나만 고치고 특정한 곳에 예산을 지원한다고 원하는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고용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바람을 일으켜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뜻도 중요하겠지만, 국민을 지역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 '찬바람'을 제대로 읽는 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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