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선임기자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직접 앞으로 생활과 삶을 결정하는 생활밀착형 선거이자 생존형 선거다.... 지방소멸의 시계 바늘은 지방선거 시간표보다 더 빨리 돌고 있다. 지방정치의 독립과 부활이 절실한 만큼 일 잘할 지역 인물은 누구인지, 정책은 어떤 걸 내놓고 진정 실현할 수 있는지 묻고 따지는 지방 유권자의 분발도 필요하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지난 대통령선거 때 잠깐 논란을 불렀던 문구가 요즘 슬그머니 자리를 꿰찬 분위기다. 이제 두 달여면 치러지는 6·1지방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21일 만에 일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까지 새롭게 꾸리는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까지 더해져 국민의 선택에 따라 향후 국정 운영에도 많은 변화가 일 것이란 기대도 있다.

'0·73%포인트 차 승부' '역대 최다 득표 패배' 같은 누구 입에도 쓴 결과를 남긴 대선이 남긴 후유증이라고 하기에 현 상황은 그저 난감하다. 대선 이후 지방선거 출마 의사가 있는 인사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잇따르고,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한 행보가 부산하지만 일단 거기까지다. 선거일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 1일까지 끝냈어야 할 광역·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은 법이 정한 시한 따위는 무시한 채 공회전 중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는 제주도의원 정수 3명을 증원하고 교육의원 선거를 폐지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각각 상정된 상태다. 지난 경험들을 돌이켜 보면 어찌어찌 여야 합의를 하고, 가까스로 국회 관문을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 참여를 결심하고 후보 등록 후 움직이거나 목을 빼고 결정만을 기다렸던 시간의 수십 배가 될, 지역 내 저항에 대한 대안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첨예한 갈등과 혐오가 표출된 격렬한 선거를 치른 탓에 유권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예상치를 넘어선다. 심지어 각 당의 지방선거 공천 방향에 따라 예상된 몸살을 심하게 앓아야 한다. 이제 '게임의 룰'이 정해지면 현역 전략 공천이나 현역 국회의원 입김 등을 따지는 이전투구식 공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 가산점 및 할당제 범위와 비례대표 후보 공천 등에 따른 논란도 대기 상태다. 그 사이 상대의 흠집이나 과오를 들춰 맹비난하는 마타도어식 공세가 제 살을 깎고 공약과 정책 대결의 기회를 잘라먹을 수 있다.

남은 시간도 지방선거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 정치권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정부·청와대 인선, 대통령 취임식 등 순차적으로 등장할 거대 이슈에 가려 지방선거는 달아오르기도 전에 식을 지경이다.

그랬다고 '묻지마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직접 앞으로 생활과 삶을 결정하는 생활밀착형 선거이자 생존형 선거다. 선거는 오로지 표를 중심으로 계산하고 말한다. 달라진 정치적 선택은 모든 정치세력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알아야 면장을 한다. 어원을 놓고 이런저런 설이 있기는 하지만 '面長'이건 '面牆'(담을 마주 대하듯 앞이 안 보임, 견문이 좁음)'이건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치 혁신과 지역 균형발전의 소명을 단단히 챙기고 대선에서 제시된 각종 공약과 아젠다를 지역 사정에 맞춰 구체화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혈연·학연·지연 같은 '관계'를 무시하라고 하지는 않겠다. '대선 전 선거운동 금지령'에도 얼굴과 이름을 남기려고 애썼던 노력도 높이 산다. 이번 74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 취지를 잊어도 잠시 못 본 척 해 줄 수 있다. 

다만 지방소멸의 시계 바늘은 지방선거 시간표보다 더 빨리 돌고 있다. 지방정치의 독립과 부활이 절실한 만큼 일 잘할 지역 인물은 누구인지, 정책은 어떤 걸 내놓고 진정 실현할 수 있는지 묻고 따지는 지방 유권자의 분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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