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실장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출항하지 1개월이 넘었다. 오영훈 도정은 향후 4년간 추진할 지역발전 비전을 '위대한 도민 시대,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로 정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사람과 자연이 서로 존중하는 제주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특히 '고물가·고금리·고유가'의 '3고(高)' 시대를 맞아 혹독한 시련을 겪는 주민들의 삶을 구제하기 위해 역대 최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민생회복에 나섰다. 지난 5일에는 승진 126명, 전보 333명 등 461명에 대한 취임후 첫 공직사회 인사도 단행했다. 이처럼 한 달여간 오영훈 도정이 숨 가쁘게 새로운 제주시대를 설계하고, 실현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전임 도정부터 이어져온 저성장의 지역경제와 도민 분열상이 이어지면서 도민들의 민생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결국 오 지사가 민생 회복 일환으로 공무원에 대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강정마을과 월정마을의 갈등 현장을 찾아 해결 방법을 논의한 오 지사는 지난 8일 정기인사 후 첫 주간정책조정회의에서 "현장 방문을 통한 갈등 해결과 소통 의지를 보여달라"고 공직사회에 당부했다. 오 지사의 주문은 현재 공직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 업무처리 행태로는 갈등 해소는 물론 민생 회복, 국비 확충 등 지역현안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오영훈 당선인 인수위원회도 지난 6월 28일 한 달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만연한 공직사회 내부의 무사안일주의로 경제난 극복, 갈등 해결, 국비 절충 등 현안 대응력이 미흡함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공직사회에 대한 쓴 소리는 인수위 뿐만이 아니다. 제주상공회의소 소속 기업인들은 오 지사의 최우선 경계 대상으로 공직사회의 탁상행정,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 선심성 예산 집행, 지역경제 주체 여론수렴 미흡을 공개적으로 지적할 정도다. 공직사회를 비판의 무대에 올리는 것은 폄훼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한 국가나 지역의 흥망성쇠가 공직사회의 혁신의 정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1995년 민선시대 부활후 공직사회가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들의 욕구·희망을 정책으로 만들지 못하면 공동체 전체가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직사회가 주민과 지역을 깊이 연구하고, 지역에 매몰된 사람·자연 등 다양한 자원을 발굴해야 활력이 넘치는 지역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결국 오영훈 도정이 주민들에게 성공한 도정으로 평가되려면 공직사회의 변화를 제도적으로 이끌 성과창출형 인사시스템 구축이 과제다. 공무원들이 도민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인별 성과평가 결과를 성과급 책정과 승진에 반영하는 인사시스템 개혁이 필수다.

실제로 제주는 공직사회의 현안 대응 등 업무처리 행태에 대한 도민 만족도가 낮음에도 매년 정기 인사를 통해 공무원들이 '승진잔치'를 벌이는 '병폐'가 반복되고 있다. 민선 7기 출범 당시인 2018년 하반기 인사부터 행정조직 확대로 공무원들이 '승진잔치' 혜택을 입고 있지만 경제난 극복과 갈등을 해결할 업무능력은 태부족, 도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민선 5기까지는 서로 경쟁하면서 납득할만한 성과를 내어도 승진자리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승진소요연한만 채우면 '자동승진'이 일상화되면서 무사안일 행정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를 도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면 획기적인 성과 창출 등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승진 기회를 부여하는 행정기구 축소 등 조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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