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미술관 이중섭 화가 기일 맞춰 고 ‘정직한 화공, 이중섭’특별전
개관 20주년 겸해…별도 추모공간 마련해 내년 2월 23일까지 진행

이중섭, 여인과 게(동녀와 게), 20x20cm, 종이에목탄, 1953년
이중섭, 여인과 게(동녀와 게), 20x20cm, 종이에목탄, 1953년
고 이남덕 여사가 이중섭 화가가 남긴 팔레트를 이중섭 미술관에 기증했을 당시 모습
고 이남덕 여사가 이중섭 화가가 남긴 팔레트를 이중섭 미술관에 기증했을 당시 모습

 

이중섭 화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먼저 알아야 한다. 가족과 함께했던, 일생 가장 행복했던 추억의 공간과 죽음 직전까지 붓을 들게 한 뮤즈를 살피고 나면 편지와 엽서에 그린 42점의 편지화엽서화’, 담뱃갑 은지를 펼쳐 담은 은지화가 심장을 뜨겁게 한다. 무쇠솥처럼 찬찬히 열을 품고 또 오래 식지 않는 사랑의 존재를 각인하기 때문이다.

이중섭 화가의 기일(96)에 맞춰 기획한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이 날줄과 씨줄과 엮여 차마 떨어지지 않는 눈길을 붙들어 묶는다. 내년 223일까지 진행하는 이중섭 특별전 2정직한 화공, 이중섭이다. 상반기 1청년 이중섭, 사랑과 그리움에 이어 지난 20년간 기증과 구입을 통해 확보한 원화 60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1부가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으로 연결된다면 2부는 그리 할 수 있었던 것들로 이중섭의 작품 속으로 서너 발 깊게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고, 그림 재료 선택에 있어 가리거나 피하지 않고 오히려 치열하게 작업했던 화가의 삶이 유화와 수채와 드로잉 등 18점을 통해 소환된다.

시절이 그러했던 까닭에 이번 전시는 제주 서귀포와 유독 깊은 인연을 드러낸다. 1951년 서귀포에서 그린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해변의 가족’, ‘환희’, ‘아이들과 끈’, ‘여인과 게등이 전시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중 섶섬이 보이는 풍경해변의 가족’ ‘아이들과 끈’ ‘현해탄은 지난해 삼성가로부터 기증받은 작품들로 기증 특별전 이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지난해 미술관이 구입한 여인과 게가 첫 선을 보인다. 일부 선 위를 손가락으로 문지른 흔적 외에는 전혀 색채를 쓰지 않았으나 이중섭 화가 특유의 유려하고 속도감 있는 드로잉이 시선을 끈다.

전시장에는 지난달 13일 별세한 이남덕 여사를 추모하기 위한 전시 공간도 꾸렸다. 생전 사진과 이중섭에게 보낸 편지 등이 10년의 추억으로 60년을 사랑으로 채운 부부의 애틋함을 살필 수 있게 한다.

고 이남덕 여사는 1945년 이중섭과 결혼했다. 6·25전쟁을 피해 1951년 서귀포에서 1년을 지내고, 1952년 두 아들과 일본으로 돌아갔다. 1953년 일본에서 이중섭과 약 1주일간 재회한 후 1956년 이중섭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고 이 여사는 201211월 이중섭 화가의 유품인 팔레트를 기증하고, 2014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이중섭의 아내-’다큐멘터리 촬영차 제주를 찾았었다.

한편 서귀포시는 9월 중 이중섭 화가를 기리는 특별전과 오페라, 예술제, 세미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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