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선임기자

언젠가 경연 프로그램에 나온 한 참가자가 '우려낼 대로 우려낸 곰탕 같은'이라는 말로 시선을 끌었다. 귀에 착하고 들어오는 것은 익숙하고 또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라 그렇다. 깊은 국물맛을 내기 위한 다시마는 반대다. 찬물에 넣어서 물이 끓으면 바로 건져내야지 그러지 않으면 진액이 나와서 깔끔한 맛을 잃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적당한 조리법이나 양념과 조합을 이루지 않으면 그냥 재료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제주해녀문화축제가 4년 만에 다시 열린다. 제주도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인류의 유산, 세계인의 가슴속에'를 주제로 한 제주 축제를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박물관과 인근 해안  일대에서 연다. 제주도의 설명대로라면 제주해녀축제는 국내 유일의 여성 중심 해양축제로, 해녀 문화를 후손들에게 보전하고 전승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열려 그 의미를 더했지만 2019년엔 태풍 '타파' 내습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열리지 않았다.

보도자료에는 올해 행사는 해녀문화 전국 네트워크 결성을 위해 제주해녀와 출향해녀가 참여하는 '제주해녀 학술대회'와 거리행진을 포함한 제5회 해녀의 날 기념식, 1930년대 제주해녀항일운동과 해녀문화를 소재 한 마당극 공연, 해녀 물질대회, 해녀 명랑운동회, 수협 천하장사 대회, 해녀 패션쇼, 해녀들이 노래 솜씨를 뽐내는 해녀가족 노래자랑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보말까기와 수산물 무게 맞추기, 수산물 자선경매, 어린이 사생대회, 바릇잡이 등 도민과 관광객 참여 행사도 준비했다. 제주 전통문화를 알리는 행사가 열리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제주 대표 해양문화 축제로 그 가치를 키우는 작업 역시 오래 주문했던 바다. 하지만 정작 살펴야 할 것을 놓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주 해녀의 날'은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이다. 올해는 24일이다. 지난 2017년 수산업 전문가와 해녀, 전문가 등 500명을 대상으로 표본 설문지에 의한 대면 면접조사를 통해 정했다. 해녀항일운동 기념일(1월 12일)과 해녀협회 창립일(4월 25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일(5월 1일), 해녀축제일(9~10월경), 유네스코 등재일(11월 30일),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일(12월 16일) 등 상징적인 날짜를 표본으로 정했지만 기존 해녀 축제일과 연계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그 마저도 2009년 11월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 지정 후 의견을 수합하지 못해 미루고 미루다 결정됐다. 여기에는 다른 의미가 더 있다.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세계 100여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연안정화의 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바다 환경이 해녀 문화를 지탱하는 힘이 될 거라는 의미를 더하며 수긍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그냥 나열만 했는데도 어딘지 어색하고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이미 8월 해녀항일운동과 관련한 기념행사가 열렸고, 거리 행진은 해녀항일운동 기념식부터 이번이 줄잡아 세 번째다. 전국 네트워크 결성도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전후해 제안됐던 내용이라 늦었지만 응원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제주해녀축제와 제주해녀의 날을 연계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이미 익숙한, 풍악이 거창할 행사들보다는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터다. 해안 정화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그룹도 많고, 제주에서 뭔가 기억에 남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요구도 계속해 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는 같이 향유할 수 있음으로 지속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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