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서민들의 서러움을 풀어줬던 서귀포시 오석학교가 자치단체들의 냉대와 무관심으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1967년 문을 연 야간학교인 오석학교는 한글을 깨우치지 못하거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서민들의 교육의 장으로 수십년간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오석학교 학생들은 30대 중반의 젊은 아줌마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할머니까지 그 연령층도 다양하다.

한때는 각계의 지원이 있었으나 비정규 학교 탓인지 자치단체의 지원에 거의 의존, 매해 빠듯한 살림살이를 운영해 오고 있다. 때문에 오석학교 교사들은 대학생이나 회사원, 현직 교사 등으로 무보수의 자원봉사자로 충당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쓸 줄을 몰라 주위사람들의 냉대를 받는 등 배움의 서러움을 극복하려는 학생들의 배움 열기는 뜨겁다.

이런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오석학교가 최근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시가 내년도 예산안에 오석학교 지원비로 고작 250만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국비 125만원·도비 62만5000원·시비 62만5000원뿐.

이는 올 예산 국비 125만원·도비 362만5000원·시비 937만5000원 등 1425만원과 비교하면 18%에 불과하다.

연간 전기료와 인터넷사용료 등 공과금을 낼 정도여서 학교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충진 시의원은 “시가 교육의 명문도시 육성사업을 벌이면서 어떻게 이런 예산을 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주부터 열리는 ‘2003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따지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인 경우 양여금 비율(국비 50%·도비 25%·시비 25%)로 계획하다보니 도·시비가 대폭 줄었다”며 “추경에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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