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비상임 논설위원·전 제주감귤농협 조합장

감귤 가격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수입자유화에 따른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해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불어나는 것은 농가부채이고, 농촌 생활은 점차적으로 궁핍해지는 것 같다.

노지재배를 하는 것보다는 하우스재배를 하면 더욱 소득을 높일 수 있을 터인데, 실상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노지재배 감귤원에 하우스를 지은 것에 불과할 뿐, 하우스재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기술조차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훈고적인 교육을 받거나, 일찍 시작한 하우스를 모델로 삼다 보니, 창의적이라기보다는 과거지향적인 농법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품종을 심다 보니 다품종 연중 생산체제로 변모하고 있으나 명절 대목에 홍수출하돼 그 많은 물량을 처리할 길이 없다. 외관상으로는 품종의 겉모습은 갖췄으나 품종 고유의 맛 즉 콘텐츠가 없다. 계절에 따라 연중 감귤 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획기적이지만 전국적으로 과일 생산량이 증가되고, 수입품과 경쟁하다 보니, 이들 과일과의 승부수는 외관이 아니라 품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네에서는 내가 재배한 감귤의 맛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유통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쩐지 자신감을 잃게 되는데 누구나 할 것 없이 동일한 마음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제주감귤산업에 대비해 설명하고자 한다. '화(和)'는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부동(不同)'은 똑같은 것을 인정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군자는 화이부동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 군자는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를 꾀하지 똑같은 것을 만들지 않는다. 소인은 똑같게 하려고 하지 차이를 이루는 조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군인들에게는 유니폼을 입힌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주나라 당시에 군자와 소인 간에 갈등이 반영된 구절이다. 군자들의 술자리에서는 어제 과음해서 적게 마시라네. 때와 장소에 따라 술자리에도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소인들의 술자리에서는 내가 몇 잔 마셨으니 자네도 몇 잔 마셔야 한다. 후래 석 잔이라는 말도 이에 상통한다. 

조화라는 말은 융통성 있게 경쟁할 수 있는 내용이 갖춰져야 하지만 동이라는 말은 크게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하다는 말로 운동대회에 출전 선수들은 많은데 경쟁상대와 겨룰만한 후보자가 없다는 말이다. 감귤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품종 외양은 갖춰져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당도를 표시하게 되면 소비자가 다가와서 구입하는 게 생산과 소비지가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감귤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생산자는 시장을 생각하고, 시장은 한라봉은 출하시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교차될 적에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눈대중이나 계산 속에 빠져서는 조화 같은 것은 아예 꿈조차 꾸지 못한다. 주변 조건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보들은 대개 자신의 어려움을 주변 조건과 남 탓으로 돌리는데 익숙하다. 이런 태도로는 미래를 기약하지 못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현재를 밀고 나아가 아직은 분명한 모습으로 정해지지 않은 어떤 곳을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결국은 손발을 움직이는 일이다. 행동이다. 무모함을 통과하지 않고 빚어진 새로운 역사는 없다. 모험 즉 위험을 뒤집어쓰지 않고 강을 건널 수는 없다. 제주 감귤산업이 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이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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