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TV 개표방송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숨죽여 지켜보던 도민들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축하의 환호와 함께 노 당선자가 해야 할 첫 과제로 ‘낡은 정치 청산’을 제시했다.

도민들은 또 노무현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4·3의 완전한 해결, 화순항 해군기지 전면재검토, 중앙정부의 국제자유도시 정상 지원, 감귤산업 발전대책 마련 등 제주지역 공약을 성실히 이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성찬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회장은 “4·3은 ‘화해와 상생’이라는 특별법 정신에 맞게 수형인에 대한 심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고 당선자는 내년 치러지는 4·3위령제 때 참석, 도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아픔을 어루 만져줘야 한다”면서 4·3평화공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평화재단설립 등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기대했다.

감귤재배 농업인 고성숙씨(49·애월읍 용흥리)는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이 이제는 적정량을 생산하고도 수 년째 값이 폭락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가 농업개방만을 외칠 게 아니라 농민들이 땀흘린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감귤을 비롯한 농업을 살리는 정책을 적극 펼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봉필 화순항 해군기지반대 안덕면대책위원장은 “화순항해군기지 건설은 주민들은 물론 도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으로 지금까지 정부당국은 해군기지 문제점에 대해 주민들과 단 한 차례도 성의 있는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다”고 밝힌 후 “화순항은 형제섬, 산방산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된 관광미항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했다.

장서규 제주은행 부행장은 “지역 중소기업 자금 지원 및 서민 생활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효과적으로 지역경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방은행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방은행의 특수성을 고려, 시중은행과 다른 차별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인택 제주도관광협회 사무국장은 “관광과 관련한 공약은 사실상 현실이나 업계 분위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제자유도시 추진으로 관광에 대한 기대감이 큰 제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면서 “노 당선자는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관광 정책이 제안되고 또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부흥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지원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규진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과장은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은 도내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만큼 새로운 정부는 당초 약속대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 업체의 참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지역업체 공동도급과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건축원자재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가인 오성찬씨는 “외환위기 이후 쓰러지고 있는 출판사를 살리고 전업작가들이 걱정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게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대한 예산과 배려를 체육분야 지원의 반만큼이라도 할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후보자 시절처럼 한결같이 겸손한 자세와 마음으로 국정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양정환 제주대총학생회장은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뜨거운 열기와 여중생 사망사건이 발단이 된 촛불시위는 우리의 주권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한 계기가 됐다. 새로운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도록 자주외교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대한민국이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일해 줄 것”을 당부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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