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서울 한복판에서 ‘1948 제주도회상 작품전’을 열어 관심을 모았던 제주의 중견화가 김창해씨(63)가 4·3 52주기를 맞아 제주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제주문화원(원장 양중해) 초대로 오는 31일부터 4월 5일까지 제주해변공연장 전시실에서 작품전을 갖는 김씨의 ‘4·3미술’은 4·3때 억울하게 스러진 영혼들의 안식을 간구하면서 제작된 것이다.

 지난 92년에 이어 제주에서 9년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은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제주풍광과 제주4·3을 소재로 3회의 개인전을 선보였던 김씨의 최근 작품경향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여서 제주화단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작품전에서 김씨는 자신이 목격한 통한의 비극인 4·3을 심연 깊숙이서 끄집어내 추상적인 미술언어로 보여준다.

 4·3 당시 중학 1년생으로 진압과정에 관여한 적이 있다는 김씨는“마음 속의 응어리를 표현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을 것같아 4·3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출품작들을 보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상징적으로 웅변하듯 작품마다 붉은 색감이 넘쳐난다.‘누가 누구를 심판하랴’‘생명과 죽음’‘절규’‘여인의 절규 그리고 죽음’‘희생의 현장’‘희생자의 죽음’‘생사의 회오리’‘하늘의 분노’‘봉화’ ‘생존을 위하여’,‘믿음과 생명’‘침묵의 산 한라’‘회상’‘안식하세요’ 등 4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초대전에 앞서 김씨는 “4·3당시의 목격담과 소견을 고향인 제주에서 화폭으로나마 알릴 수 있어 기쁘다”며 “당시는 너무 비참했다.젊을 때의 느낌이 강해선지 화폭이 붉디 붉다”고 전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씨의 작품 속에는 비통한 죽음을 맞은 영혼을 종교적이고 예술적 차원에서 위무하고,도민들의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열고 희망의 날개짓을 해야한다는 강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전시개막은 31일 오후 6시 제주해변공연장 전시실.전시문의=722-0203.<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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