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편집국장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된 후에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사회·경제적 효과를 얻었지만 최근 산불위험과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단순히 폐지냐 지속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행태의 축제로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구상해야 한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우리나라 대표 관광명소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각종 관광인프라 등이 구축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대표 여행지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제주도가 관광명소로 성장했지만 가장 취약한 분야가 있었다. 바로 제주를 대표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축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화된 축제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들불축제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도내 수많은 축제 가운데 유일하게 들불축제2021년 문화관광축제로 개최됐으며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K-컬쳐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대한민국이 인정한 문화관광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제주들불축제 기간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경제적 효과도 큰 것이 사실이다.

제주들불축제는 당시 북제주군 주최로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들불축제는 도내 목축 세시풍습인 촐왓 가두기와 목장에 불을 놓는 방애 풍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해 국내 유일의 '불'을 테마로 창안됐다. 특히 새별오름 한면에 불태우는 '오름불놓기'는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면서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 만족도가 높은 콘텐트로 인정을 받았다.

불을 주제로 하고, 오름 한면을 불태우는 축제의 특성상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날씨변수가 심했고, 강풍이 부는 날이면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당초 제주들불축제는 정월대보름 시가에 맞춰 1월 또는 2월초에 개최됐다. 하지만 겨울철 제주에 강풍이 잦아 산불위험이 높아졌고, 새별오름 인근 평화로가 겨울철 결빙이 심해 접극성이 악화되는 등 날씨의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2013년부터 축제 명칭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바꾸고 개최시기도 3월로 변경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제주의 농촌 세시풍속인 정월대보름 시기 초지태우기를 재현한다는 당초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논란이 커지게 됐다. 더구나 3월에는 제주를 비롯한 전국이 건조한 시기로 산불특별대책기간에 놓이면서 과연 오름에 불을 놓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탄소배출 증가 등 환경훼손과 오염물질 발생 등 환경적인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들불축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당초 들불축제는 올해부터 코로나19 이후에 4년만에 정상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타 지역 산불확산과 환경문제 제기 등으로 '오름불놓기' 등 불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핵심이 빠진 맹탕축제가 돼버렸다.

제주도는 들불축제 존폐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숙의형 원탁회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가 필요하고, 현재까지 들불축제를 대체할만한 콘텐트가 없다는 것이다. 들불축제를 폐지하느냐 존치하느냐 이분법적인 결정보다,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면서 들불축제를 지속할 방안은 무엇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새별오름 일대에서 드론이나 레이져, 그리고 대형스크린 영상,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제주들불축제를 창조할 수도 있다. 이번 제주들불축제 논의가 단순히 없애느냐, 지속하느냐가 아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축제를 만들고, 선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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