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편집국장

올해 18회를 맞은 제주포럼은 2001년 '제주평화포럼' 이라는 이름으로 첫 개최됐다. 지난 1991년 4월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현 러시아) 대통령 간의 한·소 정상회의 이후 6회에 걸친 양자 혹은 다자간 정상회의가 제주에 개최되면서 '평화'를 내걸고 시작된 것이다.

제주평화포럼 초기에는 격년제로 열리면서 연속성이 떨어졌고,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상설 사무국의 부재로 인한 전문성 결여, 목표의 불분명성, 제주발전 기여 부족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1년 제6회 포럼부터 '제주평화포럼'을 '제주포럼'으로 이름을 바꾸고 격년제에서 매년 개최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평화라는 주제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경제·문화·환경 등 다양한 주제와 세션으로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매년 개최로 관심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제주포럼이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처럼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권위와 흥행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3·2005년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2009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현직 정상들이 참석하면서 국제적인 인지도가 향상됐다.

하지만 이후부터 현재까지 현직 정상이나 국제적 저명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았고, 대부분 전직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관심도가 떨어졌다. 그나마 제주포럼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경우가 2017년 제12회 포럼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기후변화대응 등 주제로 특강을 한 때이다.

제주포럼은 당초 다보스포럼을 지향했다. 1971년부터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매년 개최되면서 현재 세계 최고의 포럼으로 공인되고 있으며 공식명칭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다. 다보스는 인구 1만여명 규모로 작은 도시인데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제주보다 여건이 좋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보스포럼이 세계적 행사로 위상을 높인 것은 글로벌 의제를 선점하고 이슈화해 나가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국가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CEO, 학계 인사, NGO 관계자, 정치인, 문화·예술인 등 저명인사들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면서 세계 최고의 국제회의 행사로 발전한 것이다.

제주포럼이 다보스포럼처럼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Topics), 연사(Speakers), 청중(Audience) 등의 핵심요소를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제주포럼은 현재도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매해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추상적이고, 핵심주제가 안보와 평화인지, 경제인지, 환경인지, 기업인지 애매모호하다. 또한 제주포럼에 참석하는 발표자나 토론자 등도 화제성이 떨어지고 있다. 

포럼의 성공 여부는 대부분 연사에 의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주요 포럼들이 유명한 석학이나 베스트셀러 작가, 글로벌 CEO, 국가정상급 인사 등을 초청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제주포럼은 국내외 관심과 행·재정적 지원이 떨어지면서 세계적 연사를 초청하는데 한계를 겪고 있다. 더구나 제주포럼은 도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지적이다.

제주포럼이 저명성과 흥행성을 잡고, 우리나라 대표 국제포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와 중앙정부가 획기적인 계획과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업과 도민사회 관심을 모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환골탈태하는 각오로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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