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경영학 박사

과거 골프는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스포츠 중 하나였다. 골프라고 하면 부유한 중장년층만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미디어 매체에서 재벌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등장하거나 뇌물이나 접대와 연관된 부정적인 이미지, 그리고 비싼 회원권도 한몫했다.

또한 역동적인 스포츠에 비해서 다소 정적이라는 인식도 이런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지금 골프의 이미지는 과거와 180도 달라져 20~30대 골퍼들이 증가하고 한국에서 뜨거운 스포츠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스포츠로 골프가 부상하고 젊은층까지 입문하면서 골프는 한국에서 가장 뜨겁고 유행하는 스포츠가 됐다.

골프장은 지역을 막론하고 항상 예약이 차 있다. 골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쇼핑몰들은 골프웨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방송사들도 전직 골프 선수를 섭외하거나 가수, 예능인 등 골프를 즐기는 다양한 연예인들을 기용해 골프 콘텐츠를 내놓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사에서 골프 예능을 대거 론칭하는 것은 그만큼 골프가 대세라는 것을 보여준다. 골프는 어떻게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스포츠 중 하나에서 유행하는 스포츠가 됐을까.

골프의 인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하나, 다른 스포츠보다 비교적 낮은 감염 위험이다. 몸싸움을 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가까이 붙어야 하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골프는 다른 플레이어와 붙을 필요가 없고 굳이 가까이 갈 필요가 없다.

둘, 해외여행의 어려움이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해외여행이 막히며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이 국내 골프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해외에서 골프를 치던 이들이 국내로 눈을 돌리자 국내 골프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셋, 앞서 두 요인으로 인해 성장한 골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업들의 마케팅이 활발해졌다.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의 차별화'에 의하면 지난해 연간 골프장 이용객은 4670만명이었으며 최근 2년간 전년 대비 10%상승 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기업들은 골프 혜택이 있는 마케팅을 내놓고, 사람들은 이 마케팅을 보고 골프에 흥미를 느끼는 순환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유행'의 반열에 올라서고 방송의 주요 소재로 등장할 정도의 인기에는 젊은이들의 유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언급한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의 차별화'에 따르면 3년 이하 신규 골프 입문자의 65%는 20~40대다. 실제로 꾸준히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에게 골프장에서 20대와 30대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비 주체자로 부상했다. 유명 연예인이나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유행을 만들고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셜 미디어에 게시해 공유하면 그것을 본 다른 이들의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유입됐다고 해서 기존에 골프를 즐기던 중장년층이 다른 스포츠로 빠져나간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골프는 현재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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