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식 비상임 논설위원·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10월 1일 교육부장관은 소위 교권회복 4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하여 어려워졌던 상황을 바로잡게 돼 다행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송의 교육가 왕응린(王應麟)은 「삼자경(三字經)」에서 '양육만 하고 가르치지 않음은 부모의 허물이요, 교육하되 엄하지 않음은 스승의 게으름이라'고 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교육권과 부모에게 신탁 받은 교사의 수업권 개념이 보인다.

당시 아동은 그저 교육의 수동적 대상일 뿐이었고 학부모 또한 교육을 위탁한 사람일 뿐 교육의 주체는 오직 스승이었다. 또 스승에 대해서는 엄(嚴)함이 요구됐는데, 스승의 엄함이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했다.

하나는 제자들의 사표(師表)로서 스승은 자신의 인격적 완성을 위한 노력에 엄격해야 함을 말한다.

당시 학문이나 교육은 이치를 궁구하고(窮理), 마음을 바로잡고(正心), 스스로를 닦아서(修己), 남에게 적용(治人)하는 도(道)를 배우고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고, 스승이란 이를 엄격하게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또 하나는 '엄격한 스승에게서 뛰어난 제자가 나온다(嚴師出高徒)'는 것으로 모름지기 스승은 제자에게 엄격해야 했다.

인간의 본성(本然之性)은 선하나 그 기질지성(氣質之性)은 악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으니 때로는 엄격한 훈육으로써 그 거친 성정(野氣)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다.

「삼자경」은 사서삼경 등 유가경전에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모아 만든 계몽 교재로서 그 스승상이 우리나라 전통 교육에서의 스승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국민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대부분 엄격한 스승으로서 체벌을 포함한 일방적 교육방식을 사용했고, 그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니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학생이 교육당사자의 일방으로 인정된 것은 2010년 이후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에 의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이후 학생인권 보장과 교권 회복은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정쟁 도구처럼 됐다.

하지만 과연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은 충돌하는가. 실제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 이후 교권 침해 사례가 증가했다거나 학생 인권과 교권이 충돌한다는 인식이 지속해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생은 주요 교육 당사자로서 교육을 위한 동반자적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올해 6월 「인권연구」 저널에 발표된 「학생 인권과 교권 관계에 관한 학생의 인식」(김종우ㆍ김위정ㆍ이가람)에 의하면 2022년 경기도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통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 등에서 본인의 인권이 존중받는다고 느낄수록 교권을 더 많이 존중했고, 학생인권조례를 알고 도움이 된다고 인식할수록 교권 존중 수준이 높았다고 한다.

이에 권위적 방식으로 학생에게 의무만 부여하기보다 학생 인권을 보장해줌으로써 인권의 보편적 성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환기하는 것이 교권 존중에 보다 긍정적이라는 결론이다.

교권회복 4법의 통과는 대립의 고착(固着)이 아니라 상호보완이다. 이렇게 절차탁마(切磋琢磨)해 나아지는 것이다. 교육에는 거친 성정을 눌러줄 엄격함도 필요하지만 친구같은 스승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과 교권이 다소 충돌하더라도 결코 양립 불가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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