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칸전략경영연구원 대표·경영학 박사

지난 달 모 신문의 '대기업들 직원 기강 확립' 백태에 관한 기사를 읽고 믿어지지 않았다. 초일류 기업이자 '관리의 삼성전자'에 관한 기사로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궁금해서 기사의 핵심 부분을 인용해 본다.

7월 삼성전자가 서울에서 연 '갤럭시 언팩(공개) 행사'에서 한 발표자의 등 뒤로 'Join the filp side'라는 대형 문구가 떴다. '갤럭시 플립(flip)'을 '필프(filp)'로 잘못 쓴 것으로 외국인 1500명을 포함해 2000명을 초청한 국제행사에서 망신을 샀다고 한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애플이 이런 실수하는 건 본 적이 없다"며 "일류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삼류 실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린 삼성의 이 같은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 워치 신제품 배경 화면엔 'April(4월)'이 'Arril'로 표기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줘야 했다. 지난 7월 공식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쇼핑 방송에선 갤럭시 탭(tab)을 'tap'으로 크게 써놨다. 최근 신제품 홈페이지엔 'beige(베이지색)'를 'begie'로, 'fastest(가장 빠른)'를 'fatest'로 잘못 표기했다고 한다.

그러자 삼성전자 DX 부문은 지난 18일 직원들에게 '삼성인, 우리 함께 지켜요'라는 전체 메일을 보냈다. 각종 징계 사례를 소개하며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자는 내용이었다. 지난 7월 DS 부문은 '폰 게임 금지' 등 근무 기강을 당부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 관리의 삼성이라는 초일류 기업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삼성에는 현재 경영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 내용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경영의 기초는 사람과 시스템이라고 한다. 경영의 기초를 튼튼히 하려면 우수한 인적자원, 경영관리 시스템 구비 외에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돌아가도록 ICT 기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시스템경영에 대한 이론적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이명환  前 삼성SDS 회장이 '고효율 자율경영을 위한 시스템경영1, 2'를 2004년 출간한 후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명환 회장의 도서에는 너무 교과서적인 개괄적인 내용만 제시하고 있어서, 필자가 4년여 이론적 모델을 추가 개발해 시스템경영 플랫폼에 경영관리시스템 툴 등을 추가해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경영관리시스템이란 전사 업무공유시스템인 '시스템경영 플랫폼' 중에서 핵심부분인 '경영관리 부분'을 ICT화 하는 것으로서 실무자, 관리자, 경영자간 실시간 디지털 경영이 가능하게 된다.

구성원이 리더의 생각대로 잘되지 않는 이유를 보면, 시스템이 없거나 시스템이 잘못 만들어진 경우, 구성원이 조직이 지향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 및 구성원이 조직의 방향성을 올바로 파악해 성과를 냈어도 보상체계가 미작동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시스템경영 혁신 전략이 필요한 사유를 살펴보면, 기업 목표와 비전 등의 공유부재, CEO의 의사결정 지연 및 오류, 핵심참모 육성 부족 외에 가장 중요한 업무의 프로세스화 및 업무 매뉴얼화 결여로 경영시스템 미구축에서 오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ERP 기업들의 대표주자인 더존비즈온의 ERP, LG CNS의 EAP 등에도 기업경영에서 팀장급 업무보다 더 중요한 CEO용 업무 영역인 시스템경영 플랫폼은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시스템경영 플랫폼 ERP가 국내에 미도입된 사유를 보면 ERP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즉, 전사적 자원관리(ERP)의 개념에 매몰돼 기업의 기능적인 업무부문에 한정된 개발로 시스템경영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있으며, 특히 시스템경영 개념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경영시스템 전반을 경험·연구한 전문가 부재, ERP IT 개발자들의 경영시스템 체계 전반에 대한 경험 및 이해도 부족으로 인사·재무·생산·영업·구매 등 기능적 업무에 한정해 팀장용 업무만 개발 운영 중이다.

시스템경영 플랫폼의 핵심인 '경영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면, 업무진행·주간업무·월별 사업계획 및 실적 보고 등 전사 업무의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지시가 가능하며, 각 단계별 업무를 시스템화해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자율경영시스템 구축으로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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