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이도씨동물의료센터 원장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주요호소증상(Chief Complaint)'중 '식욕부진'은 상당히 높은 빈도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 왜 하필 고양이는 밥을 안 먹은 지 2~3일만 돼도 위험하다고 하는가에 대해 다뤄 보려 한다.

건강한 사람이나 강아지는 일주일씩 금식을 한다고 해서 바로 위독한 상태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는 체내에 보상적 생리기전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영양을 채우기 위해 저장된 영양분을 사용해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 과정중에 '고양이 지방간증 (Feline Hepatic Lipidosis)'이라 해 간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고양이 지방간증'은 어떤 이유에서든 고양이가 수일간 못 먹거나, 평소보다 적은 양을 먹게 될 시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지방산으로 분해돼 음식을 통해 얻었어야 할 포도당을 대체한다. 이 과정에서 혈중 지방산 수치가 상승하게 되고 간세포가 이것을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면 간세포 내부로 지질이 축적된다.

그 결과 간세포의 기능저하, 담즙배설 장애를 초래한다. 특히 이런 진행은 급격한 섭식감소 상황이나 비만인 경우에서 단 시간내 급격히 악화된다고 보고됐다.

식욕부진은 질병으로부터 발생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나 사료의 기호성, 환경적 요인과 같이 사람이 인지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인들이 같이 작용하는 문제다.

'고양이 지방간증'은 원발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특발성 지방간증시에는 예후가 불량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반려묘를 키우시는 보호자님들이라면 식사량과 체중을 꼼꼼히 체크해 주고, 식욕부진이 의심된다면 늦지 않게 동물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장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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