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비상임 논설위원·호서대학교 교수

지난 주말 생생한 감동과 환희를 안겼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39개 종목 114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한국은 190개의 메달을 획득하고 종합 3위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200개를 돌파한 중국이 종합 1위를 달성했고 금메달 수에서는 밀렸지만 188개의 메달을 획득한 일본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가운 결과라 생각한다.

그간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는 아직도 생생하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일본과 차이(26개)를 좁히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것도 대견한 일이지만 더욱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감동을 준 선수들의 면면이었다.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은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고, 동호인으로 양궁에 입문한 컴파운드 양궁의 주재훈은 1년간 무급 휴직을 하고 출전해 값진 수확을 거둬 '직장인의 힘'을 남김없이 보여줬다. 동료 선수를 격려하고 기쁨을 함께 나눈 인터뷰, 치열한 승부를 다툰 상대선수 덕분에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의 말은 단순히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란 스포츠에 더해, 겸허와 배려 그리고 포용과 공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메달의 색깔에 관계없이 순간을 즐기고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 이유다.

그간 한국 스포츠는 소위 엘리트체육을 지향해왔고 그로 인해 페어플레이보다 승부를 우선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풍토를 바꾸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고, 이번 아시안 게임을 통해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을 적잖게 목격하니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포츠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대회 초반 한 테니스 선수가 경기에서 패하자 라켓을 거세게 땅바닥에 후려치며 분풀이하고 상대 선수의 악수를 거부해 논란을 일으켜 사과하기도 했다. 롤러스케이트 3천 미터 계주에서는 때이른 세리머니를 하다 역전을 허용해 순위가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폐쇄적인 태도와 비매너로 연일 도마에 오른 북한 선수단은 우리의 악수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고 시상식에서 함께 기념 촬영하는 것도 어색해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마인드컨트롤과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고 체제와 이념도 문제가 되겠지만 스포츠의 생명은 페어플레이에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3개국 8명의 배드민턴 선수들이 '고의 패배'로 실격 처리된 적 있다.

이의를 제기했지만 세계배드민턴연맹의 입장은 확고했다. 상업성에 물든 세계 체육계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간과한 탓도 있겠지만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페어플레이를 홀시한 선수와 선수단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목적에 더해 과정과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페어플레이 정신은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적 이득을 위해 반칙과 변칙이 난무하고 무방하다면 감동이 있겠는가.

이제 블루팀과 레드팀의 승부가 본격화될 것이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경쟁은 불가피하다. 다만 국민을 안심시킬 정책과 국가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전투구 아닌 페어플레이를 보여주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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