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비상임 논설위원·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

유대교의 안식일이었던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전격 침공해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익숙한 로켓탄 공습을 넘어 지상전을 감행한 것인데, 이에 이스라엘이 대응에 나섬으로써 2014년 7월의 가자 지구 분쟁 이후 9년여 만에 발발한 양측의 전면전이자 1973년의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무력 충돌로 확전되고 있다.

물론 하마스가 자행한 사전 경고 없던 기습전은 수십 년간 끊이지 않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첨예한 긴장의 결과물이다. 본래 서안지역을 장악한 팔레스타인국의 집권여당 격인 파타가 주도한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이 아니라하나 가자 지구의 사실상 자치정부 행세를 하는 하마스의 이번 행태로 1995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 이래 더욱 풀기 어려워진 문제들이 심각성을 더해가는 형국이다.

 현실판 지옥이라는 가자 지구

한편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가 갈등의 동인으로 삼은 사안들을 몇가지로 추려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마스는 파타와 달리 국제 테러단체로 국제 사회 주요국으로부터 지정됐지만 2007년 6월 이래 하마스가 가자 지구의 통치 및 공식적 무장 기구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선, 세상 최악의 감옥이라 불리는 가자 지구는 영문표기인 'Gaza Strip'이 의미하는 것처럼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길이 약 41㎞, 폭 10㎞의 띠 모양의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시·군 정도 면적에 불과하지만 230만명 가량이 거주해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UN에 따르면 거주민의 약 80%가 국제 원조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100만명이 넘는 이가 국제 식량 원조에 의탁해 허기를 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난도 심각해 매일 매일 블랙아웃이 이어져 24시간 중 전력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시간은 7시간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거쳐야 확보할 수 있는 발전 연료는 긴장도에 따라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경제와 일상 생활 영위에 필수불가결한 안정적 전력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다.

식수 공급 문제 역시 전력과 마찬가지 상태여서 가자지구는 식량·에너지·식수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최악의 밀집형 공동체라 할 수 있으나, 하마스는 이런 난제를 대이스라엘 항전으로 풀려는 양태를 보여왔다.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종교 갈등과 정착촌 확장

다음은 종교에 기인한 갈등이다. 특히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슬람교 사원인 알-아크사 모스크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종교적 긴장의 상징물과 같다.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모스크는 유대교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 성전산에 위치해 갈등의 진앙지로 여겨진다.

하마스 군사조직의 리더가 이번 공격을 두고 이 '모스크에 대한 이스라엘인의 일상적인 공격에 대한 보복'조치라 주장한 것을 보면 민족 간 충돌에 종교가 기름을 끼얹고 있는 실상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확장되는 유대인 정착촌을 둘러싼 갈등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해당 지역에 정착촌 건설을 지속해와 2022년 기준 약 70만명 가량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UN과 세계의 주요국들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정착촌은 확장돼 왔고 급기야 근래의 극단적 유대민족주의 조류에 따라 곤경을 겪는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의 불만이 폭발전 화약고와 같다는 평가다.

이런 문제의 근원들이 제각각 난제인데다 현실이 더욱 암담한 것은 팔레스타인국의 역량과 염원을 조직해낼 기구나 인적자원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극단적 이슬람원리주의와 폭력선호성의 혼합체인 하마스나 아랍사회주의와 세속주의를 표방하지만 부패와 무능의 극점에 올라있는 파타나 과연 이들이 팔레스타인의 고난의 역사를 끝내고 희망의 시대를 열어 보려는 의지를 품고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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