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새아 변호사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되나 물증이 없어 난감해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렵사리 배우자의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이미 메신저 대화나 통화 내역은 모두 지워져 있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이혼소송을 제기해 법원을 통해 통신사에 통화내역 제공 요청을 하더라도 통신사들이 거부했기에 외도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는 통화내역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민사·가사소송에서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통신사가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2016년 전주지법은 한 이혼소송에서 재판 당사자의 신청을 받고 SK텔레콤에 통화내역 제출을 명령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협조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고, 재판부는 SK텔레콤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항고했지만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SK텔레콤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제부터 통신사에 대해 법원이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내역 등)를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을 하면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제출을 거부할 수 없고 만약 거부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법원은 문서제출명령이 신청된 통화내역의 내용과 기간이 신청인이 증명하려는 사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야 한다"며,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어떤 통화내역을 받을 건지 특정하지 못하고 문서제출명령을 내린 경우에는 받은 자료 중 관련 없는 부분을 즉시 폐기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화내역을 공개 당하게 되는 당사자의 사생활도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의해 앞으로 이혼소송 내지 상간소송에서 외도 관련 증거 확보가 수월해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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