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4만2000여마리분 도착
50두 이상은 자가접종 방침
피하주사 방식 숙련도 필요
도, "고령 농가 등 추가 지원"

1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홀로 소 100여마리를 키우는 A씨(68)가 럼피스킨병 백신 자가접종 고민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기욱 기자
1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홀로 소 100여마리를 키우는 A씨(68)가 럼피스킨병 백신 자가접종 고민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기욱 기자

"바이러스는 코 앞까지 왔는데, 혼자 접종을 어떻게 할지 막막합니다"

1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20여년째 소를 키워 온 A씨(68)는 최근 소 럼피스킨병 백신 도착 소식에 잠시 안도했지만 접종이 막막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소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백신이 이날 제주지역에 도착해 일부 농가에서 접종이 시작됐지만 현장 상황은 아직 산 넘어 산이다. 소 50마리 이상을 키우는 축사는 백신을 직접 접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근육주사를 사용하는 구제역 백신 등과 달리, 럼피스킨병 백신의 경우 항체 생성을 위해 피하접종을 해야 한다. 피하접종은 소가 고정된 상태에서 한 손으로 목 부위 피부를 들어 피부와 근육 사이에 45도 각도로 주사해야 면역이 생긴다.

접종이 쉽도록 목을 고정하는 시설이 설치된 농가도 있지만 A씨 농가는 이마저 없는 상황이다.

100여마리의 소를 홀로 키우는 A씨는 혼자 직접 접종할 수도 없고, 수의사 등 접종 인력이 부족해 도움의 손길을 구하기도 어렵다. 

A씨는 "최근 사룟값도 지난해 대비 30~40% 오르면서 모든 축산 농가들이 힘들다"며 "이번에는 럼피스킨병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도내 축산 농가 80%는 60대 후반 이상의 고령이라 직접 주사를 놓기는 어렵다"며 "50두 이상 농가라고 상황이 더 여유로운 것은 아닌데 지원이 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500여마리의 소를 키우는 B씨는 농장에 소의 목을 고정하는 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해당 시설도 접종이 가능할 정도로 소를 제대로 고정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소를 잡고 있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B씨는 "부상 위험 때문에 숙련된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아들들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의 목표 접종 완료일인 7일은커녕 10일까지도 접종을 다 마치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상 50두 이상을 키우는 전업농들은 자가접종이 원칙"이라며 "고령농가 등 자가접종이 어려운 경우 소규모 농가 접종을 끝낸 뒤 축협을 통해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에 따르면 1일 도내 사육되는 소 4만2000여마리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전부 도착해 일부 축산 농가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도는 2일부터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해 7일까지 모든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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