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희 '서천꽃밭을 찾아서'
설문대문화센터 기획
제주신화 현대적 해석
"사소한 꽃도 의미있어"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서천꽃밭'은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세계다. 하지만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서천꽃밭은 죽은 이들을 위한 꽃밭이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이상향의 꽃밭으로 불린다. 

제주지역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안진희 작가는 "신화 속 서천꽃밭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작가는 서천꽃밭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의 꽃들로 표현해 전시장에 옮겨 놓았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는 내년 2월 25일까지 안진희 작가의 특별기획전 '서천꽃밭을 찾아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진희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서천꽃밭 등 제주신화 관련 작품 27점이 공개된다.

신화 속 서천꽃밭에는 인간의 탄생 및 죽음과 밀접한 꽃들이 잔뜩 피어 있지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아니다. 

사람을 만드는 생불꽃, 사람을 죽이는 멸망꽃, 사람을 되살리는 환생꽃이 있다. 사람의 감정과관련된 웃음꽃, 울음꽃 등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꽃들도 핀다. 서천꽃밭과 관련된 대표적인 신화로 어머니를 서천꽃밭의 꽃으로 되살린 한락궁이의 이야기가 있다.

안진희 작가는 이 신화 속 꽃들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의 모습에 입혔다. 야생 곳곳에 피어난 꽃들이야말로 서천꽃밭 속 꽃들의 후손이라는 해석이다.

작가는 "사소한 봉숭아꽃이라도 웃음을 줄 수 있다. 어떤 꽃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나의 신화는 신성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우리의 일상인 현실 이야기 그 자체"라고 말했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선조들이 남긴 제주인의 신념과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신화이야기 속의 상생과 평화의 지혜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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