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주 제주도 국제관계대사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죽어가고, 제주바다에 산호가 늘어나고, 아열대 어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제주 해수온도가 2013년 11월 18.7도에서 2023년 11월은 19.9도로 지난 10년동안 약 1.2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제주의 온난화 현상은 기후변화 대응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제주도정의 중요한 의제임을 각인시켜 준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라는 환경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가 제주 해녀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제주 해녀의 어업방식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인정한 바와 같이 제주의 사회적 가치 또한 국제적으로 보전돼야 할 대상이 됐다.

제주의 기후변화는 이런 제주의 환경적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는 큰 도전이다. 따라서, 제주에게 있어 기후변화 대응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서 이미 11년전(2012년)에 2030년을 목표로 하는 '탄소없는 섬(CFI)'을 선언하고, 탄소중립을 향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전기차 사용확대, 에너지이용 효율개선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런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정의 수단으로 전기차 및 충전기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예산지출,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위한 공공토지 사용에 대한 임대료 감면 등의 세제혜택 제공, 공공자원인 풍력에 대해서는 개발사업자를 제한하는 조례 제정 등의 전통적인 방식을 적극 활용해 왔다.

그간 제주는 특별자치도로서 부여받은 권한과 이런 정책수단을 잘 활용해 전국 최고의 전기차 보급률과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달성,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 및 국가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위한 유리한 고지 선점 등의 성과를 내왔다.

이에 더해 중요한 정책수단이 있다. 국제협력이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세계지방정부들과 연대해 협력하는 것이다. 유사한 입장에 처한 전 세계 지방정부들과 소통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 대해 공감대를 구축하고, 결의도 다지고, 모범사례에 대해 벤치마킹하며 정책이행의 효과를 제고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적 현안으로 국가간, 지방정부간 협력이 없이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특히 미·중간 지정학적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가간 경쟁과 대결이 앞서고 외교와 협력이 부족한 시대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지방정부들간의 협력이 국가간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윤활유의 역할을 한다. 

제주는 지난달 말부터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 28)에 참가했다. 대한민국 홍보관에 지방정부로서 유일하게 제주도가 참여해 그린수소 생산, 도심항공교통(UAM) 등 그동안 제주가 해왔던 기후변화 대응노력과 에너지대전환 정책의 성과를 공유했다.

그리고 200여개 세계지방정부들의 기후변화 공동대응 협의체인 '언더투연합(Under 2 Coalition)' 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했다. 국제협력이라는 정책수단이 제주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더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은 제주의 정체성을 지키고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일이다. 국제협력이라는 지방외교는 제주의 미래세대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빛나는 제주를 만들어 가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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