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재정·인력 '걱정'
교원 "졸속 추진" 반발
학부모 상황 몰라 한숨

유보통합이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여러 난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행정당국은 재정·인력을, 유아교육계는 교육 서비스의 질적 하락 우려와 교원 자격체계 등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정책 수요자'인 학부모의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려 속 28년간 표류

정부가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보통합은 교육부·교육청 관할인 유치원과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 소관인 어린이집을 교육부 산하로 일원화하는 정책이다. 1995년 김영삼 정부부터 논의가 이뤄졌으나 난제가 많아 28년간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논의 초기 당시 정부는 영유아간 교육·지원 격차 해소와 미취학 아동 교육체계 정립에 중점을 뒀다면, 현재는 이에 더해 학령인구 급감 대응을 위한 방안으로 유보통합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정부 방침에 따라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해 지난 9월 제주도와 함께 유보통합추진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정책 도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도내 유치원 교사들은 집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도내 국·공립유치원 단체로 구성된 제주유아학교연대는 7일 집회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설립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며 "영유아 발달 차이에 따른 적합성과 전문성, 교원 자격체계 등 선제 과제들에 대한 현장 의견 없는 졸속 추진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적으로도 기관별 이원화된 운영·관리 통합을 위한 막대한 재정 확보와 인력 파견, 공유재산 이관 등 해결과제가 적잖다.

△무게추 어디로

문제는 제도 도입에 첫발을 뗐지만 정작 어린 자녀를 맡기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유보통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원 시간과 방학 기간 등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B씨(38)는 "현재로썬 행정적인 논리이자 기관 간 갈등처럼 느껴진다. 하원시간이 빨라지는 등 아이들의 등원 일정이 조정된다면 몰라도 실제 정책이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다"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걱정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두 자녀를 둔 A씨(43)는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생계를 위해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들은 유보통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학부모를 위한 설명회가 마련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유보통합이 기관 간 갈등으로 불거져 정작 학부모와 아이들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만큼 정책 결정 논의 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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