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 특성상 수분·햇빛 취약
비닐 뜯어져 비 맞고 굳기도
대부분 모래주머니로 대체

매해 겨울마다 한파와 폭설 등으로 도로가 결빙되면서 교통혼잡이 빚어지고, 교통사고도 이어지고 있지만 도내 제설함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비닐을 뜯은 채 뚜껑을 닫지 않아 물이 들어가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제주시 노형동에 설치된 한 제설함에는 염화칼슘이 쌓여있었지만 뜯긴 비닐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상태였다.

제설제로 흔히 쓰이는 염화칼슘은 수분과 햇빛이 차단된 공간에 보관해야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비닐이 뜯어지면서 이날 녹은 눈에 의해 젖거나 굳은 상태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애월읍 고성리의 한 제설함도 사정은 비슷했다. 제설함 뚜껑이 열려 있어 염화칼슘이 단단하게 굳은 데다 밑으로 물이 고여 있었다.

또 누군가 버리고 간 생활 쓰레기까지 발견되는 등 마치 쓰레기통처럼 쓰이는 상태였다.

시민 A씨(40)는 "막상 급할 때 쓰려면 제설제가 없거나 딱딱하게 굳어 있어 당황한다"며 "제설제 사용법과 위치 등 홍보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도 관리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염화칼슘이 든 제설함을 설치하지 않는 추세다.

실제 제주도는 11월 제설 대책 사전 대비 기간 지방도 약 600㎞ 구간에 염화칼슘 제설함 대신 모래주머니를 곳곳에 설치해 폭설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5·16도로 1100도로, 우회도로 등 323곳에 모래주머니를 배치하고 있다.

제주시는 모래주머니와 함께 일부 염화칼슘 제설함도 설치했지만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설함 내 염화칼슘은 급하게 눈을 녹일 때 효과가 있지만 관리가 어려워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수시로 점검하며 모래를 채워 넣고, 긴급하게 염화칼슘이 필요할 때 지원하는 등 원활한 제설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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